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비

미국에선 햇병아리 연기자일 뿐 그래도 …"주눅들지 말아야죠"

가수이자 연기자인 비(27, 본명 정지훈)가 금의환향했다. 워쇼스키 형제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스피드 레이서'의 출연 배우로 한국에 돌아온 것. 할리우드 연기자 비는 미국 진출 결과물을 안고 온데 대한 뿌듯함으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영화 속 내 모습이 나같지가 않았어요. 너무 뿌듯합니다. 잠 안자고 연습한 알짜배기 신이 모두 다 들어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간 제가 미국에 진출한다는 말만 있었지 어떤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스피드 레이서'를 보여드리게 돼 기쁩니다."

비는 이 영화에서'토고칸 모터스'가문의 자제인'태조 토고칸'역할을 맡았다. 태조 토고칸은 발군의 레이싱 실력을 자랑하는 카레이서로 주인공'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쉬)와 협력해 정의를 구현한다. 시사를 통해 영화를 본 관계자들은 의외로 비의 역할 비중이 높은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같은 비중의 상승은 비 개인의 부단한 노력 덕택이었다.

"6~7시간을 쉬지 않고 연기했어요. 스태프들이 한국 사람들은 원래 그러냐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죠. 뭐라도 떨어질 것 같아서 열심히 했더니 없던 신임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출연 신과 대사가 늘었어요. 또 워쇼스키 형제의 차기작'닌자 암살자'도 하게 된 거예요."

관객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비는 능숙한 영어로 할리우드 배우들과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토종 한국인으로 지난해 처음 본격적인 본토 영어를 배운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27세에 처음 영어를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웃음) 그냥 자신감을 갖고 했어요. 무조건 따라했죠.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여러 번 듣고 그 중에서 좋은 발음과 목소리를 골랐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니까 매튜 폭스 등 배우들이 많이 도움을 줬죠. 지금도 공석에서는 통역이 필요할 때가 많지만 자신감은 많이 얻었어요."

한국에서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할리우드에서는 햇병아리에 불과했던 비는 맨 처음 '스피드 레이서'출연 배우들을 만날 때 느꼈던 떨림도 전했다.

"주눅들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문 앞에서 기도까지 하고 배우들을 만나러 들어갔는데 매튜 폭스랑 수잔 서랜든 등 유명 배우를 보고 많이 놀랐죠. 그런데 아닌 척 하고 먼저 인사를 했어요. 자신감 있는 모습 때문에 그랬는지 제 영어 발음이 좋다고 그러던데요."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먼저 도움을 청하자 외국 배우들도 비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다. 수잔 서랜든은 비를 어머니처럼 챙겨줬다. 또 매튜 폭스와 에밀 허쉬와는 좋은 레스토랑과 클럽에도 다니며 여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비중이 크긴 하지만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분명히 조연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드라마'풀하우스''이 죽일 놈의 사랑'등에서 주연만 맡았던 비가 할리우드에서는 조연 배우가 된 것이다.

"전 메이저리그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지, 마이너리그의 주전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 몇몇 영화의 주인공 제안도 들어왔지만 그렇게 시작하고 싶지 않았죠.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라는 점에서 배역에 대해선 상관도 하지 않고 출연했어요."

비는 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무조건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박 감독과의 술자리에서 출연을 졸랐다는 것. 그때의 마음 그대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에 출연을 고집했다. 배역의 크기는 상관이 없었다.

"박 감독님과의 영화 작업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너무 꾸미기보다 담백하게 보여줘야 하는 영화 연기를 배웠죠. 할리우드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에요."

이 의욕이 넘치는 만능 엔터테이너는 스스로도 자신이 끊임없이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욕심을 내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시아에서 가수 생활만 하면 편했을 거예요. 할리우드에 가서 조연을 맡으며 고생을 할 이유도 없었죠. 그런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보이는데 멈추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리면 나중에 너무 후회를 할 것 같았죠."

2002년 데뷔 직전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은 멈출 줄 모르는 추진력의 근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 약속이 뼛속 깊이까지 남아있어요, 그 약속 때문이라도 전 저를 편하게 하지 못해요."

진정한'월드 스타'로 거듭난 비는 내년까지 일정이 이미 꽉 잡혀 있다. 홍콩과 미국 등지에서'스피드 레이서'홍보를 마친 후 오는 28일부터는'닌자 암살자'촬영에 들어간다. 10월중에는 스페셜 앨범을 발매해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가수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앨범을 낼 계획이다. 비는"깜짝 놀랄 미국에서의 계획이 또 있지만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스피드 레이서'로 한국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비가 내년에 또 어떤 선물을 들고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연예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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