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공대와 콜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뒤 안동대를 거쳐 연세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배정완(34)씨가 건축과 미술을 접목한 전시를 열었다. 오는 8월 17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설치전시 'Mary had a little lamb-소리·기억·빛'은 그의 두번째 개인전이다.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배씨는 "건축과 미술은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건축에 비해 미술은 감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표현 방법상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고 설명했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되어 지난해 선보인 'In Memory of the Future'에 이어 이번 전시 주제도 '기억'이다. 배씨는 잠재의식 속에 묻혀 있는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는 작업을 통해 현대인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그는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를 작품 소재로 사용했다.
'Mary had a little lamb'는 에디슨이 축음기로 처음 녹음한 미국 동요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이 후원한 희귀 축음기와 축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동요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중요한 장치다. 동요는 잊혀졌던 기억의 한 부분이며 축음기는 기억을 재생하는 매개체다.
전시는 5개의 공간이 서사적으로 연결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로 전시 공간을 따라가면 관람자들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통해 추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첫번째 공간에는 4개의 축음기가 스프레이로 착색된 종이에 싸여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소리의 탄생'을 다룬 두번째 공간에는 작은 사각형의 금속판들이 거대한 벽을 이루고 있다. 여러 각도로 붙어 있는 금속판들이 소리의 리듬을 연상시킨다. 세번째 공간에서는 빛이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16개의 축음기를 하나씩 비춘다. 오래된 축음기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억을 상기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다. 네번째 공간은 빛의 파동들이 늘어선 긴 복도의 형태로 되어 있다. 복도는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며 몽환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빛은 관람객을 기억 속으로 안내하는 조연 역할을 한다. '검은 백조'라는 부제를 가진 다섯번째 공간은 백조의 목을 연상시키는 길고 커다란 스피커가 달린 축음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소리, 빛, 영상과 집중적으로 나오는 나레이션이 어우러져 기억 속 세계를 연출한다.
배씨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의 이면에는 기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 사물을 보는 것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기억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054)745-707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