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팽개쳐진…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방치

울릉 통구이 최봉조 처 비석

'최봉조의 처 월성김씨지묘'라는 비명(碑銘)이 새겨진, 울릉 통구미 마을 열녀비가 흉물로 전락했다.

섬안 유일의 이 열녀비 비문에 따르면 김씨는 열여섯살에 최씨 가문에 시집와 길쌈과 삯바느질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스물두살 되던 봄철,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이 거센 비바람을 맞아 끝내 돌아오지 않자 '바다는 나의 원수다' 며 평생 물고기도 먹지 않고 바다쪽도 바라보지 않고 살면서도 노부모만큼은 극진하게 봉양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효부, 열녀를 겸한 김씨의 이야기가 본토까지 전해지자 1933년 강원도 관찰사였던 권익상(權益相)이 비문을 짓고 학자 박명일이 열녀비를 세워 많은 사람들이 귀감을 삼도록 했다. 하지만 70여년이 지난 현재 열녀비는 콘크리트 지붕만 얹은 조잡한 구조물 안에 갇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귀감은커녕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됐다.

어촌계장 하종태(62)씨는 "비각도 제대로 세우고 모든 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열녀비를 세운 뜻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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