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한번쯤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나의 인연은 나의 손을 놓지 않는 그런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나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가족입니다.
그렇다면'가족'이란 관계는 전생에서 몇번이나 인연을 맺은 것일까요? 불교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수억겁의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연(緣)을 맺은 덕분에 이승에서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 자매란 인연의 고리를 만든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처럼 소중한 존재가 바로 가족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귀중함을 모른채 살아갑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곁을 떠난 뒤에야 그 자리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립게 됩니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은 험한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든든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이 가기 전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보면 어떨까요?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굳힌 민웅기(44)씨. 고객이 4자리 숫자에 이를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이지만 11년전 그의 인생에는 잿빛 그늘이 드리웠었다.
지방 은행의 영업부 대리로 잘나가다 외환위기 여파로 하루 아침에 은행이 문을 닫는 바람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 부인과 여섯살, 그리고 갓 태어나 한살도 안된 아이 등 세 식구의 가장인 민씨에게 실직의 충격은 매우 컸다.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넘어 말그대로 우리 가족 모두에 큰 위기가 닥쳐온 것이지요. 세 식구를 거느린 가장이란 부담 때문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던 민씨에게 큰 힘이 돼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평소에는 '술 좀 적게 마셔라'는 등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은행이 문닫은 이후부터는 잔소리도 하지 않고 말없이 저를 지켜보기만 하더군요. 그리고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밖에 나가 일할 수 있어요'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했어요. 저를 믿고 힘이 돼준 아내와 아이들이 제가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고용승계가 이뤄져 시중은행에 근무하던 민씨는 몇년전부터 외국계 보험회사의 라이프 플래너로 변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정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힘은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이라는 게 그의 굳건한 믿음이다.
민씨의 경우처럼 외환위기 등 국가·사회적 위기로 가정이 어려울 때 '가족사랑'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동요 '아빠 힘내세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가사의 이 노래는 새삼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해주며, 아빠들의 처진 어깨를 펴주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귀여운 자녀들이 불러주는 이 노래를 들으며 힘을 낸 대한민국 아빠들이 적지 않았다.
가족 사랑은 때로는 신비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할머니, 어머니의 '약손'. 김수환 추기경은 책 '사랑합니다 내게 하나뿐인 당신'에서 "이 무렵에 나는 어머니의 손은 참으로 약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가 아플 때에 어머니의 따뜻한 손이 내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아픈 것이 씻은 듯이 낫고, 체하였을 때에 어머니가 바늘로 엄지손가락 마디를 따서 맺힌 피를 흘리면 체한 것이 곧바로 낫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손주와 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 어머니의 마음이 따뜻한 손을 통해 전해지면서 신비한 현상을 낳는 것이다.
기업들도 '가정이 화목해야 기업이 잘 된다'는 사실에 주목, '가족친화 경영'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동아백화점 경우 매년 4~6월에 연속으로 4일 이상 쉬는 '리프레쉬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직원들이 며칠씩 휴가를 내 가족들과 오붓한 휴가를 보낼 수 없는 사정을 감안, 회사 측에서 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가족들과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 또 LG CNS는 입학 시즌을 맞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임직원 자녀들에게 학용품 세트 선물을 집으로 배송하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고, 직원 가족들을 위한 무료 영어캠프나 컴퓨터 강좌 등을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다.
'가족이 힘'이 되고 있는 사회 흐름은 광고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암수술을 받은 어머니와 아이를 낳은 딸이 병실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 휴대폰 활용 교육을 받은 예순일곱살 할머니가 처음으로 할아버지에게 "영감…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야기. 어깨가 처진채 퇴근하는 아버지를 위로하는 딸의 이야기 등 가족 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광고들이 봇물을 이루는 추세다. 가족 간의 애정 어린 사랑 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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