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공기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는 곁에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가족 가운데 한 명이 어느 날 더 이상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된 후에서야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부부간 이별을 하게 되면 좋았던 일들만 새록새록 떠올라 목 놓아 슬피 울고, 부모 자식간 이별을 하면 궂은 일들만 굽이굽이 떠올라 통회(痛悔)하면서 운다는 얘기도 있다. 가족 중 누군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사람들은 사무치는 그리움과 후회스런 마음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 장묘운영센터의 인터넷홈페이지(http://www.dgmemory.or.kr)에는 '하늘나라 편지'라는 곳이 있다. 고인된 분을 위한 추모의 글을 남기는 공간이다. 2002년 만들어진 이곳에는 현재 50여건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비록 그 수는 적지만 고인을 그리워하는 심정은 절절하다. 특히 가족을 하늘나라로 보낸 유족들의 글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짓게 만든다.
"엄마… 엄마 하늘나라에 잘있지? 나 아빠랑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철이 없어서…. 미안해! 나 이제 사고 안치고 공부하려고…. 내 걱정하지 말고 잘 있어!" "여보! 요새 딸과 사이가 너무 안좋아. 내 탓이겠지만 아직도 사춘기 소녀처럼 아버지 원망만 하고…. 벌써 당신이 간 지 10년이 넘었구려. 이젠 당신이 봐도 몰라볼 정도로 난 늙었어. 하긴 지금 만난다면 당신도 많이 늙었겠지. 너무 오랜만에 글쓴다고 혼내지 마. 내 당신 만나면 다 용서를 빌게. 살아생전 고생시킨 거. 그만 쓸래. 눈앞이 흐려져 글자가 안되네."
하늘나라로 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족들의 편지를 받는 곳의 '원조'는 서울시시설관리공단. 99년부터 벽제와 용미리 등 다섯 군데의 시립납골당에 '고인에게 쓰는 편지'라는 이름의 노트를 비치해 두고, 유족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이후 노트에는 애절한 사연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엄마나 아빠를 잃은 아이들, 할머니를 잃은 아이,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 등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읽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책으로 엮여 나오기도 했다.
2002년에는 서울시시설공단 장묘문화센터 사이버 추모의 집(www.memorial-zone.or.kr)에 '하늘나라 우체국'이 문을 열었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편지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1천300명, 명절 때가 되면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예쁜 내 아들…. 은행 일로 호적등본을 떼러 갔다가 네 이름을 봤다. 말소 날짜도 봤다. 동사무소 들어가면서 울고, 나와서 울고, 네가 떠난 병원 앞으로 이사 와서 또 울었다." "매일 엄마 생각이 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엄마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이런 내가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문득 엄마가 생각날 때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 힘드네요."
"어머님, 좀 더 살아 계셨으면…. 예쁘고 똑똑한 손자의 재롱에 행복한 웃음을 지으셨을 텐데. 어머님.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엄마가 할머니는 나비가 되셨대요. 할머니는 제일 예쁜 나비였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하늘나라 우체국'을 통하면 아무리 먼 하늘나라일지라도 송달 '클릭'과 함께 '고인'에게 즉시 배달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고인이 배달 즉시 개봉했을 것이라고 유족들은 믿는 것이다. 아름다웠던 추억과 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안타까움, 나중에 만나자는 약속 등이 담긴 글을 읽노라면 지금 곁에 있는 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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