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가출했습니다. 엄마랑은 전화라도 하지만 아빠 휴대전화 번호가 찍히면 아예 받지도 않습니다. 아빠랑 딸이 화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년인데 성격 차이가 심해 너무 힘듭니다. 함께 살아야 할지 헤어져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가족 해체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5년 문을 연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상담실만 해도 지난 한해 503건의 상담 신청이 밀려들었다. 부모와 자녀, 아내와 남편,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가족 구성원간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화 때문이다. 이같은 가족 해체 위기는 왜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해법은 무엇일까?
"정치'경제'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가족 위기를 촉발합니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미국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같이 이혼율이 급증해 OECD 국가들 가운데 2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출산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죠." 유가효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가족 해체와 함께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별거가족 등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내 관계구도도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 관념이나 패쇄적인 제도의 틀 속에서는 이미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새로운 가족생활문화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한해 128명의 아버지들이 찾은 센터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아버지를 위한 에니어그램 상담. 에니어그램은 그 사람들의 9가지 성격 유형과 성격 유형들 간 상호 역학관계를 설명해 준다. 자신의 성격 프레임을 이해하고,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심리검사를 뜻하며 가족해체 위기가 심화되면서 부부와 자녀 등 가족과 좀 더 잘 지내보는 방법을 배워보려는 아버지들의 참여가 줄잇고 있다. 내 성격을 알고 내가 가족에게 했던 행동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조화를 맞춰야 할지 알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미술치료 상담은 가장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 한부모가정 아동의 자아존중감 향상을 위한 미술치료, 자녀이해를 돕는 미술치료, 가족이해를 돕는 미술치료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담에 접근하는 기법으로 그림을 통해 나와 가족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부부간 문제도 상담을 통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MBTI는 부부간의 의사소통에 대해 탐색하는 대표적 심리검사 프로그램. 센터를 찾는 이혼 위기 부부들은 심리검사를 통해 서로의 성격을 확실히 인지하면서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 위기는 결국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옵니다. 대가족이 핵가족화 하고 경제성장, 입시'교육문제가 서로 얽히면서 대화가 부족해지는 것이죠.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면 가족의 위기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입니다. 상담 프로그램의 역할은 결국 이같은 나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며, 선진국이나 서울만 해도 주변 가까운 곳에 무료 또는 유료 상담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달서구건강지원센터 최희숙 가족상담팀장은 "병이 있을 땐 병에 맞는 약을 찾아야 하듯, 나에게 맞는 상담을 통해 가족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 여부는 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