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에 무관심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관심은 병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질투는 본능적인 것이며 때로는 낭만적 사랑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를 확인하는 계기도 된다. 그러나 본능으로서의 질투와 병적인 의처증(의부증)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이혼문제로 내원한 환자 얘기이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신랑감으로 알고 결혼한 새댁은 신혼의 단꿈도 채 끝나기도 전에 말 못할 고통에 희망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신랑은 출근할 때마다 문을 잠그고 여자를 집안에서만 있게 했다. 이유는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해서이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단 5분 이상의 여유도 없을 만큼 전화와 녹음 촬영 등으로 증거를 모으거나 뒷조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자백강요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보다 정도는 가볍지만 간혹 우리 주위에서 남편의 출'퇴근을 직접 챙기거나 수시로 회사로 찾아와 남편을 불러 내기도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좋게 말해서 잉꼬부부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닭살 커플로 그냥 간과해 버린다. 이들은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믿음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모든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집안에 갇혀 지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정망상은 대부분 다른 정신병리는 정상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 진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정신과까지 오게 된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의사나 직계 가족을 비난하기 때문에 난감한 경우가 많다. 역사상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에 병적으로 집착하다가 홀로 남은 공민왕은 성도착증으로 국운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문학적으로는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자신의 열등감으로 인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여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택하는 데서 '오셀로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의처증의 뿌리는 깊고 원인도 다양하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경쟁적이고 고립화되는 요인으로 볼 때 망상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증가되고 있다. 이럴수록 성장과정에서부터 개인적, 가족적 고립을 극복하고 신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 과도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을 주의하고 상대방의 심성을 잘 관찰할 줄 알아야한다. 치료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망상은 엄연히 정신병의 증상 중 하나이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가족간 신뢰형성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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