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발전과정에서 의료기기 분야는 나날이 첨단의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내시경의 등장은 내과적으로 정확한 진단 목적과 아울러 외과적으로 개복 않고 수술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이른바 진단 위주였던 내시경을 치료목적까지 확대, 적용하는 치료내시경 분야가 그러하다. 조기 위암과 조기 대장암의 경우 굳이 개복하지 않고도 내시경적 절제술로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 그 사례들이다.
영남대의료원 소화기내과 김태년(48) 교수는 내과 전문의이면서 내시경을 이용, 담관과 췌관에 발생한 담석을 제거하는'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이하 ERCP)'분야의 독보적 존재이다.
"전공을 선택할 때 피를 보는 것이 싫어 내과를 지원했는데 개복수술을 않고 치료가 가능한 내시경에 흥미가 끌려 연구와 임상 현장에 서게 됐습니다."
대개 담낭에 결석이 생기면 외과적인 복강경 수술을 하거나 개복수술로 이를 제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간의 담즙이나 췌장의 소화액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담관이나 췌관에 결석이 생겼을 경우는 ERCP가 적용된다.
김 교수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1992년도만 해도 ERCP는 생소한 분야였다. ERCP는 입을 통해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밀어 넣어 담관이나 췌관의 작은 개구부로 다시 카데타를 집어넣어 결석을 제거하는 것으로, 노련미와 많은 임상경험의 축적 없이는 힘든 시술이다.
특히 ERCP는 내시경의 렌즈가 앞이 아닌 옆(측시경)에 달려있고 십이지장의 좁은 개구부를 어림잡아 카데타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롭고 힘이 든다.
"시술 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사람마다 다른 해부학적인 특성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과다출혈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결석환자들이 고령인 까닭에 당뇨'고혈압 같은 동반질환이 있으면 바이탈 사인에도 유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상복부통증'황달'염증에 의한 고열 등 급성 담관염일 때는 약 절반에 이르는 환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을 다투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시술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93년부터 현재까지 약 7천례의 ERCP를 시술하면서 영남대 소화기 내과에서 지난해 1만례를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RCP는 비단 담'췌관 결석 제거 뿐 아니라 담관암과 같은 병으로 인해 담관의 협착 또는 폐쇄로 황달기가 심할 때 십이지장을 절개, 막힌 담관을 뚫어주는 담관배액술에도 적용된다. 이전엔 담관이 막히면 황달'담관염이나 심하면 패혈증이 우려되므로 배를 열어 담관을 십이지장이나 소장에 연결해야 했다.
"이 시술은 할수록 매년 느낌이 달라집니다. 처음엔 힘 들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있다고 할까요. 담관과 췌관이 분리되는 좁은 개구부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찾아지니까요. 담관이 막힌 담관암 환자가 황달로 고생할 때 이 시술로 담관을 트여주면 담즙이 바로 십이지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게 보입니다. 참 드라마틱한 순간이죠." 김 교수가 수면마취로 ERCP를 시술하는 시간은 평균 5~10분 정도. 환자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정작 김 교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십이지장을 절개할 때 심한 출혈이 있을 수 있고, 내시경의 오작동으로 장 천공이나 담관염 및 췌장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망 등 치명적인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숙련된 치료내시경 의사가 많이 배출돼 대학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개업의들도 큰 위험부담 없이 ERCP를 시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후배 의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는 게 그의 희망이다.
김 교수의 '간문부 담관암 환자에서 경피경관내 금속배액관의 효과'등 수십 편의 소화기관련 논문은 학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 프로필
△1985년 영남대 의대 졸 △88~94년 영남대 의대 석'박사 △93년 영남대 의대 전임강사 △96~98년 미국 미시간 의대 소화기내과 연수 △00년 4월~현재 영남대의료원 소화기내과분과장 △05~현재 영남대 의대 교수 △대한내과학회 회원 △대한췌담도연구학회 회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원 △대한간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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