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재래시장 AI 의심 닭 유통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대구경북 등 영남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지난 2003년 전국을 휩쓸었던 'AI 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AI는 재래시장에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들 판매상들이 처벌을 우려해 종적을 감출 여지도 적지 않아 AI 추가 확산 가능성도 높다.

경북도는 1일 "지난달 28일 AI 의심사례로 신고된 영천 오미동 모 조경업체의 집단 폐사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밀검사를 맡았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폐사 닭 가검물과 새로 들여온 병아리에서 'H5' 혈청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추가 검사에서 'N1' 혈청형이 추가 검출될 경우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H5N1)로 최종 판정하게 된다"고 통보했다. 추가 검사 결과는 1일 오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I 양성판정을 받은 닭은 조경업자 김모(41)씨가 지난달 22일 영천 재래시장 상인에게서 46마리를 구입했으며, 지난 23~26일 모두 죽은 채 발견돼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이 닭들은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 1차 간이분변검사에서는 AI 음성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은 대구 수성구 만촌동 정모(62)씨가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닭과 오골계 6마리 중 5마리가 26일부터 29일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는 신고를 받고 폐사한 닭과 오골계에 대해 간이검사를 한 결과 AI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연구원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으며 고병원성 여부 확진은 오는 3, 4일쯤 나올 예정이다. 대구시 보건당국은 정씨가 "경산시장에서 닭을 샀다"는 말에 따라 폐사한 닭의 이동경로를 추적, 추가 의심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울주군 토종닭 농장에서도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인접한 경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주시는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과 외동읍 호계리 등 울산과 경주로 연결되는 도로 3곳에 통제 초소를 설치하는 한편 특히 닭과 계란 운반 차량에 대해서는 철저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 2003년 12월 안강읍 육통2리 양계 농가 두 곳에서 AI가 발생, 위험지역(3㎞)내 5농가 21만5천여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된 적이 있다.

'H5'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북도는 곧바로 이동통제초소 7곳을 추가로 설치하고 위험지역(반경 3㎞ 이내) 가축 살처분과 경계지역(반경 10㎞ 이내) 내 소독을 강화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반경 3㎞ 이내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은 고병원성 여부가 확진되면 실시하기로 했다.

장원혁 경북도 축산경영과장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발견됐지만 아직 고병원성인지, 저병원성인지 최종 확인해야하는 과정이 남았다"며 "고병원성 판명이 날 경우를 대비해 농림수산식품부 측에 살처분에 투입될 인부 130명에게 먹일 약인 타미블루 공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립수의과학연구원 관계자들은 영천지역을 방문해 역학조사를 벌였으며 방역당국은 5일장에서 당분간 가금류를 거래하지 못하게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일 오전까지 신고·발견된 AI 의심 사례는 모두 55건으로 이 중 29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이미 2003년 528만마리보다 많은 600여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5년 전보다 피해가 커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최윤채·이채수·이상헌·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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