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 성폭력' 파장 확산…관련 학생수 과장된 듯

어른들이 방관한 삐뚤어진 성의식

지난달 대구에서 벌어진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철없는' 아이들의 일탈행위로서는 그 정도가 너무나 지나치다는 점에서는 아주 충격적이다. 아이들의 성의식이 잘못돼 있는데도 학교나 가정에서는 방관만 해왔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확인되지 않거나 과장된 얘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 유포되는 '피해자·가해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마치 A초교 학생 상당수가 성폭행 사건에 연관된 듯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실체는 과연 뭘까?

지난해 11월 중순 이 학교의 B교사는 교실에서 학생 몇 명이 변태적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말을 하고 음란행위를 흉내내는 것을 목격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과 상담하고 조사를 벌인 결과 성폭력에 연관된 피해자, 가해자가 40여명에 이르는 것을 밝혀냈다.

피해 사례는 ▷포르노를 같이 보자고 했는데 보지 않았다며 폭행당한 남학생 ▷음란물에서 본 내용을 흉내내보라 했는데 따라하지 않아 폭행당한 남학생 ▷성기를 보이게 하거나 막대기, 손, 발로 성기 등을 때리거나 만지면서 장난을 쳐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경우 등이었다. 여기에는 장난 수준을 넘어선 학생간 음란 행위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30일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 공동대책위 발표)

그후 학교 측은 이 문제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지난해말까지 학생들의 학부모를 면담하고 학교 방송으로 전교생에게 성교육을 하는데 그쳤다. 이번에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데는 학교 측의 잘못된 조치에 기인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경찰과 시민단체 측은 일부에서 알려진 대로 A초교 성폭행 관련 가해·피해 학생이 100여명을 넘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대구여성의 전화 조윤숙 대표는 "100명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추정만 할 뿐이며 피해자 숫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은 "100명이라는 숫자는 담임교사가 자체 조사한 음란물 노출 경험 숫자로, 성폭행 대상자와는 다르며 이중 상당수는 남학생간 성희롱이 누적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초교생들이 음란물 등을 통해 잘못된 성의식을 습득하고 실제로 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성폭행을 놀이로 인식할 정도로 음란물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미흡했다"며 "강의식의 학교 성교육 대신 음란물의 현실이나 사랑과 성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성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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