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이 대학로 연극 살리기 프로젝트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하고 있다. 전체 기획을 맡아 작품 선정, 배우 섭외, 홍보, 마케팅 등 연극이 탄생해서 무대에 올려질 때까지, 총괄 관리하는 셈이다. 덕분에 '썰렁하다'던 서울 대학로에서는 요즘 연극 열풍이 불고 있다.
'늘근 도둑 이야기' '블랙버드' '돌아온 엄사장' 등 12편이 조재현이 기획한 작품이다. 이 중 '늘근 도둑 이야기'는 3일과 4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도 공연된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는 15년 전 처음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정치적 상황에 대한 풍자, 해학이 넘치는 작품이다. 두 도둑이 들어간 '그 분'의 미술관은 사회의 권력층이 사는 공간이다. 어수룩한 두 늙은 도둑은 횡재를 꿈꾼다. 그러나 이들의 '횡재 꿈'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이 비극적이고 우스운 상황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조재현은 "코미디적 요소는 남아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정치적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 15년 전 원본을 그대로 공연할 경우 공감하기 힘들고 너무 계몽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고 했다.
조재현은 영화와 드라마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연극 스태프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생기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연극기획'은 내가 할 만한 일이고, 또 내게 여유가 있으니 하는 일이다. 힘들지만 보람 있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우려들을 하나하나 불식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실패하더라도 해야 한다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재현이 연극기획에 뛰어든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연극은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작품, 난해한 연극, 고전연극, 지속적으로 키워야 할 연극이 있다"고 했다.
대학로에서는 조재현이 '연극열전2'로 기획한 12개 작품 중심으로 관객이 몰린다는 평가도 있다. 또 이른바 '조재현'이라는 간판과 유명 배우 출연으로 관객을 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조재현은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대학로에도 연극 관람인구가 많이 줄었다. 지금은 관람객을 모아야 할 때다. 유명배우를 보러 왔던 관람객이 연극 재미를 발견할 수 있고, 한때는 좋아했지만 사느라 바빠 좀처럼 극장을 찾지 못했던 관람객이 유명 배우출연을 계기로 다시 극장을 찾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조재현은 최근의 연극이 코미디 위주로 흐르는 점을 '큰일난다'며 경계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연극이 어렵다. 그러나 당장 관객을 붙들기 위해 코미디에 집중할 경우 관객들은 연극이 당연히 가볍고 웃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관객들이 골치 아픈 연극 싫어한다고 쉽게 가버리면 안 된다. 연극 고유의 재미가 있다. 연극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꼭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작품을 잘 만들고 연극적 효과를 잘 발휘하면 관객은 외면하지 않는다."
그가 기획한 '연극열전2' 12개 작품 중에 코미디는 2작품에 불과하다. 조재현은 "소극장에 앉아 배우가 눈앞에서 펼치는 열연, 훅 뿜어내는 호흡, 땀 등을 보면서 연극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