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곡물값이 거의 다 오르는 경우는 처음이에요. 주부들은 체감물가가 지난해보다 30% 정도 올랐다고들 합니다."
번개시장에서 곡물을 판매하는 '우리농산' 주인 이상조(53) 씨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도 힘들고 상인들도 매상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가계자금은 막히면서 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
연초부터 고삐가 풀린 소비자 물가가 우려했던 대로 3년 8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와 곡물, 금값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필품 가격상승까지 부추겨 물가가 서민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전세나 단기 소요자금 때문에 필요한 가계대출도 막히면서 서민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 50여개 주요생필품으로 구성된 'MB(이명박 대통령)물가' 지수는 무려 5.88% 상승했다. 50개 품목으로 계산한 '피부물가지수'도 6.82% 급등해 3월의 6.72%보다 높았다.
물가 급등은 살림살이가 빠듯한 서민들에겐 직격탄.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주에 하려던 물가안정대책회의를 2일 오후 긴급 소집,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물가 3년 8개월 만에 4%대·'MB물가'는 5.88% 상승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는 지난 2004년 8월 이후 3년 8개월만 에 갈아 치운 최고치. 정부가 집중 관리하고 있는 생필품 52개 품목의 가격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1개, 전월에 비해서는 30개가 상승했다. 주요 생필품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이른바 'MB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88% 상승했다. 이는 3월의 5.78%에서 1%포인트 높아진 것. 또 가중치가 크지만 변동이 심하지 않은 주거비(전세·월세)를 제외한 50개 품목으로 계산한 '피부물가지수'도 6.82% 급등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의 경우 3.5%가 상승해 6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마늘값은 지난 연말보다 40% 이상 올랐고 과일, 화장품, 샴푸 등 수입상품 가격도 10~20% 상승하는 등 물가가 요동치면서 서민가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구경북통계청이 4월 소비자물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달보다 대구는 4.3%, 경북은 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3.6%, 2월 3.5%, 3월 3.7%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다 4월 들어 마침내 4%대로 진입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4월보다 5.5% 상승했다. 경북의 경우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보다 4.8% 올랐으며, 생활물가도 배추, 파, 국수, 당근, 감자, 경유, 두부, 등유 등에서 올라 6.1% 상승했다.
◆서민가계는 빚더미에 허우적
1일 한국은행이 작성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소득의 20%는 대출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 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들을 대상으로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을 산출한 결과 소득의 가계대출 상환비중이 2005년 말 15.3%, 2006년 말 19.3%에 이어 작년 말에는 20.2%로 높아졌다. 이는 연간 가처분 소득이 1천만원일 경우 202만원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 연간소득 대비 이자지급액 비율도 2005년 말 10.2%, 2006년 말 12.0%, 작년 말 13.2% 등으로 높아졌다.
특히 소득이 적은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2천~5천만원 (저소득)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은 작년말 기준으로 22.3%였으며 연소득 8천~1억원(고소득)가계는 15.7%로 두 계층 간의 격차가 6.6%포인트에 달했다.
채무상환 능력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도 2007년 말 현재 1.48배를 나타내 2006년 말의 1.43배보다 확대됐다. 이 수치는 2004년 말 1.27배에서 2005년 말 1.35배, 2006년 말 1.43배 등으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미국의 경우 1.39배, 일본(2006년 말 기준) 1.17배 등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등 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3.5%나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근원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안 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진정되지 않고 하반기에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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