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피자 두판 해치운 투수 정현욱

역대 삼성 라이온즈 선수 중 최고 대식가는 누굴까? 지금은 은퇴해 프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계성으로 그는 '식신'이라 불렸다. 식당밥 기준으로 한끼 평균 7, 8그릇을 비웠고 최고 12그릇을 먹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양준혁도 늘 양푼에 가득 밥을 비벼먹는 대식가였지만 이승엽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만 해도 짬뽕 곱배기에 후식으로 볶음밥 곱배기는 평균으로 먹었다. 현재 우리 히어로즈에서 투수로 뛰는 황두성은 '식신'에 버금가는 식사량 덕에 '황장군'으로 통했고 김성갑(현 우리 코치)은 작은 체구임에도 호텔 저녁식사로 나온 스테이크 10인분을 해치운 기록을 갖고 있다.

현역 삼성 투수로는 뷔페 식사에서 가장 오래 버텼던 안지만이 한때 대식가 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혼자 킹사이즈 피자 두판을 해치운 정현욱이 단연 최고 기록 보유자. 그러나 그의 진정한 기록은 12년째 잡초처럼 이어가는 불굴의 도전기록이다.

정현욱은 서울 동대문상고를 졸업했지만 고향은 경북 고령. 편식이 심해 몸이 허약했던 어린 시절, 야구광이었던 부친은 밥 잘먹고 뛰어다니라며 야구부에 가입시켰다. 배팅에 소질을 보여 줄곧 외야수로 뛰었던 정현욱은 180cm훌쩍 커버린 고교 때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힘이 넘쳤던 당시 시속 145km의 구속을 선보여 1996년도 계약금 1억3천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지만 급조된 투수답게 볼은 빨라도 제구력은 형편없었다. 결국 첫 등판은 2군에서 2년반을 보낸 1998년 여름이었고 가능성을 보여 1999년엔 1군에 정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등판 때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가장 적은 점수차로 가장 많이 패하는 불운이 계속되면서 결국 3승7패로 마감했고 후유증으로 팔꿈치 인대마저 파열되었다.

수술 후 재활로 1년여를 보내고 입단 8년째인 2003년부터는 조금씩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경험을 쌓아 4승5패를 기록했고 2004년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에 낙차 큰 폭포수 커브로 재무장, 주목을 받으면서 성공을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러나 다 된밥에 재뿌리듯 병역 비리에 연루된 그는 또다시 무대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후 3년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31세를 넘기고 있었다. 2008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서 정현욱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 다짐했다. 100kg의 몸무게를 생각해 훈련방법에 변화를 시도했다. 밸런스에 중점을 둔 훈련으로 근육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공격적인 승부로 전환하며 공 하나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그리고 4월27일 부산 롯데전에서 최고 시속 152km를 기록하며 4년만에 선발출장 경기 승리투수가 됐다.

나이를 감안하면 그의 스피드와 파워는 끝없는 노력의 결정체이다. 사실 젊은 시절 정현욱의 엄청난 식성은 그의 부단한 훈련량과 비례했다. 그의 비운의 도전기가 올해는 꼭 완성되기를 기원한다.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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