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면 아버지한테 맞아죽는다"
중학교 유예생 경찰 조사 받아
1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서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형사를 따라 덩치 큰 남자 한명이 들어섰다. 이 남자는 지난달 21일 한 중학교 교정에서 8명의 초교 3년 여학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A군이었다.
중학교 2학년 나이의 만 13세였지만 180cm 정도의 키에 누가 봐도 어른처럼 보였다. 검은색 운동복에 슬리퍼를 신은 채 검은색 모자를 장발 머리카락 위에 쓰고 있었다.
달서구 모 중학교 2학년 유예생인 A군은 지난해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아 오전에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반성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의무 교육으로 자퇴가 불가능해 유예생 꼬리표를 단 A군은 보호자 없이 강력범죄수사팀 안쪽 진술녹화실로 들어갔다.
이날 A군은 대구 여성의 전화 상담사가 동석한 채 조사를 받았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한번씩 바깥으로 나왔을 뿐 A군에 대한 조사는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처음에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범행을 부인했지만 증거를 들이대자 순순히 시인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조사가 끝나고 A군의 아버지가 진술녹화실에 들어간 뒤 A군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A군과 경찰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A군은 조사가 자정까지 이어지자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A군은 경찰에게 "사실을 말하면 아버지한테 맞아죽는다"고 했다.
A군은 범행사실을 진술하면서 공범 3명도 함께 진술했다. 이들 역시 중학교 유예생이었다. 범행에 가담한 중학생 5명중 2명은 촉법소년(12세 이상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게 되며 다른 3명은 만 14세로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입건됐다.
애초 가해자로 지목됐던 3명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교에서 다녀온 여행 사진 등을 제시하며 관련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경찰은 "가해자들은 전문 심리치료사를 통해 상담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며 "정작 피해자들이 심리 상담 등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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