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 대구까지 확산…방역망 뚫렸다

대구 동구서도 닭 집단폐사…5억 투입하고도 방역방 뚫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영천과 대구 등 영남지역까지 급속도로 확산된 2일 오전 영천시 임고면 삼매리 한 양계농장에 긴급투입된 방역대책본부 직원들이 소독약을 살포하며 주변지역에 대한 방역조치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영천과 대구 등 영남지역까지 급속도로 확산된 2일 오전 영천시 임고면 삼매리 한 양계농장에 긴급투입된 방역대책본부 직원들이 소독약을 살포하며 주변지역에 대한 방역조치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조류 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경북에서도 AI가 발생, 방역망이 뚫렸다. 경북도는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첫 AI가 발생한 이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5억원을 긴급투입하는 등 예방활동을 벌여왔지만 결과적으로는 허사로 끝났다. 일부에서는 30℃ 안팎의 더운 날씨 속에 확산된 점 등으로 미뤄 변종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어디까지 번질까

고병원성 AI는 영천뿐 아니라 울산과 부산에서도 발생, 전국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2일 오전까지 신고 또는 발견된 AI 의심 사례는 모두 57건이며 이 가운데 31건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빠른 속도의 전파는 유례가 없다. AI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2003년에는 102일 동안 19건, 2006년에는 7건이 발생했다.

올해의 경우 살처분 누적 규모가 640만마리에 달해 이미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살처분 보상금도 500억원을 웃돌고 있다.

특히 AI는 20℃ 이상에서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30℃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 속에서도 계속 확산돼 고온에 잘 견디는 변종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원혁 경북도 축산경영과장은 "정밀검사에 앞서 사용되는 간이진단 키트는 70~80%의 적중률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가 정밀검사에서 양성으로 밝혀졌다"며 "닭에 비해 AI 폐사확률이 낮은 오리도 속수무책으로 죽어 고난도의 새로운 방역체체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발생했나

경북도는 지난달 28일 AI 의심사례로 신고된 영천 오미동 모 조경업체의 집단폐사 닭 가검물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H5N1) 최종판정이 나왔다고 1일 밝혔다. 경북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 이후 4년여 만의 일로 당시 경주 안강읍 5곳의 농가에서 21만1천여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조사 결과 이 닭들은 지난달 영천 임고면 배모씨의 농장에서 닭을 구입한 중간상 이모(66·여·대구 동구 괴전동)씨와 또다른 이모(51·여·영천 금호읍 냉천리)씨가 지난달 22일과 25일 영천·경산 재래시장에서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간상들은 각각 3천마리, 7천440마리를 들여와 김모(영천 서산동), 정모(영천 대전동), 서모(경산 남천면)씨에게 5~110마리를 되팔았다. 김씨 등이 사들인 닭들은 대부분 폐사했으며 간이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다. 대구에서 신고된 AI 양성판정 닭들도 이들 중간상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1일 밤 늦게 배씨의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6천490마리를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하고 '위험지역'(반경 3㎞) 내 닭 3만마리는 2일중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처리키로 했다. 또 반경 10㎞ 이내 '경계지역'의 가금류에 대해서는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허술한 방역망

영천에서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AI는 전라도·경기도·충남과 달리 중간판매상을 통해 재래시장에서 소규모로 유통된 닭이 문제였다.

지난해 말 기준 닭 2천500만마리, 오리 16만7천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경북도는 대규모 농장 중심으로 방역활동을 벌여왔으나 재래시장과 소규모 판매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방역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중간상에 대한 추적도 어려워 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AI가 추가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진원지인 전라도와 경기도 등에서 이번 AI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뒤늦게 멀리 떨어진 영남지역에 AI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도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영남 지역의 AI 발생 농가들은 모두 재래시장에서 닭을 구입했는데, 기존 발생지에서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씨의 농장에 오골계를 공급한 충남 천안 유모씨의 농장은 정밀검사에서 최종 음성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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