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장거리 도보여행

'산티아고 가는 길'로 알려진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거리 도보여행 코스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여㎞에 이르는 멀고 먼 길이다. 높은 산과 황량한 들판, 초원과 바다, 고원 등 온갖 힘든 여정 끝에 다다르게 되는 여행. 땀과 피로에 절어있지만 종착지에 다다른 여행자들의 얼굴은 '자신과의 새로운 만남'으로 인해 어느새 순례자처럼 바뀌어져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도 수백㎞짜리 장거리 도보여행길이 생겨날 전망이다. 사단법인 숲길이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내놓은 '지리산 트레일 코스'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낙동정맥 500리 숲길'이다. 지리산 도보길은 구례, 남원, 하동'산청'함양 등 지리산 인근 5개 시'군의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들을 연결시킨 300㎞ 코스다. 하루 7시간씩 모두 32.5일이 걸린다고 한다. 오는 2011년 완전 개통될 예정이며, 이 중 2개 시범 구간이 어저께 공개됐다.

'낙동정맥 500리 숲길'은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백두대간 트레킹 로드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낙동正脈(정맥)'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山經表(산경표)에 기록된 1大幹(대간), 1正幹(정간), 13正脈(정맥) 중 하나로 강원도 태백산에서 울진, 경주, 부산 다대포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중 포항시 죽장면의 경북도 수목원에서 주왕산 국립공원, 울진 백암산을 거쳐 봉화군 석포면 삿갓봉에 이르는 200㎞의 산길을 내년부터 2013년까지 조성한다는 것.

지리산길과 낙동정맥 모두 수십 일씩 걸리는 장거리 코스다. 뒤쫓기듯 급한 마음일랑 아예 내려놓아야 하겠다. 솔바람 이는 호젓한 숲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노라면 세파에 찌든 심신도 새로이 활기를 되찾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럼빌리지 명상캠프를 이끌고 있는 틱 낫한 스님이 강조하는 수련법의 하나도 '걷기 명상'이다. 세상소리가 단절된 숲길'들길을 걷다 보면 '깨어있는 마음'의 언저리라도 가볼 수 있지 않으려나. '더 빠르게, 더 높게'만 강조되는 우리 삶에서 오직 자신의 두 발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날로그식 도보여행이 안겨줄 즐거움이 기다려진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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