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AI 대응하는 태도부터 재정비토록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대구권까지 덮친 것이다. 아직 발병 않은 지역은 서울'강원 등 일부뿐이다. 이 병이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여 만에 전국이 피해 권역에 든 형세다.

올 AI 사태가 특별히 위기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양태가 심상찮은 점이다. 국내에선 앞서도 두 차례 AI가 발생한 적 있으나 그때는 대부분 상황이 겨울철에 종료됐었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로 4월에 들어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갈수록 전염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훨씬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있으며, 동남아에서처럼 연중 상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럴 경우 인체 감염이라는 또 다른 상황마저 도래하지 말라는 법 없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욱 으스스하게 만든다.

이런데도 당국의 대처 능력이 너무도 부실한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판단으로 이번 대구권 사태의 시발은 도매상이 닭을 천안(충남) 괴산(충북) 등에서 사 반입한 일이다. 그걸 영세상인들이 여러 재래시장에서 유통시켰고, 마지막 매입'사육지에서 실제 증상으로 발병한 것이다. 당국이 주목도 못했던 곳에 유통 허점이 뚫려 있었다는 얘기이다.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당국이 방역을 강화한다고 부산떨지만, 그 정도로 사태가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 농수산위원회에서는, 보상가가 낮으니 농민들이 살처분 전에 닭을 빼돌리려 하고 그것이 전국 확산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나왔었다. 허술한 방역 체제에서 드러난 허점들이 또 어떤 위험을 부를지 모를 불안한 상황이다. AI를 대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보다 진척된 대비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