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육원 아이들 위해 철인3종 뛰죠"…미국인 매튜씨

한 미국인 강사가 대구의 보육시설 어린이들을 위해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한다. 대구에서 꽤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지만 한국말 몇 마디 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소외 계층을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외국인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매튜 아발레(Matthew Abballe·31)씨는 밝고 건강한 청년이었다. 봄비가 내린 뒤 날씨가 꽤 쌀쌀해진 뒤였음에도 반팔 셔츠를 입고 커다란 배낭 하나를 맨 채 활짝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그를 만나자마자 왜 이런 일을 하는지부터 물었다. 그가 남을 돕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올랐을 때였다. "정상에 서니 '해냈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나만을 위한 도전보다는 남을 도울 수 있는 도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의 계획은 500만원을 모아 신애보육원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 돈은 아이들의 '사교육비'로 쓰여질 것 같다. 매튜씨는 "직접 영어를 가르쳐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몇달 지나지 않아 '사정이 생겨 못하겠다'는 말을 할 것 같았다"며 "그것보다는 학비에 보탬이 되는 편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벌써 100만원 정도는 모았어요. 제 뜻을 이해하는 한국인, 외국인 친구들이 조금씩 도와준거죠. 잘 될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기사를 보신 분들, 꼭 작은 도움이라도 손을 내밀어주세요!"

그는 한국말을 꽤 잘했다. 2002년 처음 한국땅을 밟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지낸 것은 4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썩 좋은 발음은 아니지만 또박또박 천천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왜 한국말을 배웠는지 물었다. 영미권 외국인들은 한국에 몇 년을 살아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왜 한국에 오게됐냐고 물었다. 그는 "사고(accident), 아니 실수(mistake)"라고 답했다. 이게 뭔 말인가. 한국에 관심이 있는줄 알았는데….

대학 졸업반 시절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싶어서 대학본부를 찾았는데 그 곳에 있는 사람이 "한국의 경북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경북대에서 한달을 보내며 한국의 전통문화에 흠뻑 매료됐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술이 막걸리·동동주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란다.

그는 틈만 나면 히치하이킹을 떠난다고 했다. 남자가 히치하이킹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더니 "나는 코 큰 외국인이잖아요(Because I have big nose)"라고 답했다. '외국인의 우월감인가'하고 살짝 마음이 상할 뻔 했는데 덧붙이는 말이 고마웠다.

"처음엔 영어 연습이나 하려고 차를 세워주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차를 태워주는 분들은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분들이 더 많은데 놀랐어요. 짧은 한국말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재미있고요. 심지어 날 위해 먼 길을 돌아가는 분들까지 있어 정말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매튜씨는 현재 지산동의 한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거나 대학으로 갈 수도 있었요. 하지만 억지공부 쫓겨 졸린 눈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 유치원생들은 얼마나 호기심이 가득한지 하나를 알려주면 금세 따라해요."

그는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고싶다고 했다. 한국은 평화로운 나라인데다 사람들도 평화롭기 때문이란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좋은 사람(good people)'이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배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삶을 알게됐습니다. 그렇게 배운 가르침을 제가 실천할 때가 아닐까요? 철인3종경기에 꼭 성공하겠습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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