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희가극은 정형화된 형식이 있다

이탈리아의 희가극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는 비가극과는 내용에서 다를 뿐 아니라 그 구조나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몇 가지의 규칙이 있다. 오페라 부파는 한두 사람의 배역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수의 가수들이 비슷한 비중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앙상블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오페라를 '앙상블 오페라'라고 한다.

반면 지금까지 거론되었던 많은 비가극들, 예를 들면 '라 트라비아타' '노르마' '나비부인' 같은 것처럼 한 사람의 여자주인공 즉 프리마돈나의 비중이 아주 높고 그녀의 존재가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작품을 '프리마돈나 오페라'라고 한다. 즉 비가극 다시 말하자면 '오페라 세리아'들은 프리마돈나 오페라가 많고, 희가극 다시 말하자면 '오페라 부파'들은 대부분이 앙상블 오페라인 것이다.

그리고 오페라 부파들은 구성에서 하나의 정형이 있다. 즉 18세기의 오페라 부파는 통상 6명의 주역(때로 8명까지도 가능하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두 커플 정도의 남녀와 그들을 조정하는 역할들로 구성된다. 즉 두 커플만이 사랑을 한다. 마치 우리의 '춘향전'과 흡사하다. 이도령과 춘향의 커플이 있고 옆에 또 다른 커플인 방자와 향단의 커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커플의 사랑을 도와주거나 혹은 방해하는 두어명의 남녀가 또 있다. 즉 변사또와 월매 같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춘향전'처럼 6인의 주역들이 형성된다.

이런 스타일은 나폴리의 유명한 오페라 대본가인 메타스타시오가 확립하였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고전적인 오페라 부파를 특히 '메타스타시오 오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부파인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다. 이 오페라 부파를 보면 먼저 두쌍의 남녀 커플이 나온다. 즉 피오르딜리지(소프라노)와 굴리엘모(바리톤) 커플과 도라벨라(메조소프라노)와 페란도(테너) 커플이다. 이 두쌍의 웃기는 갈등에 두명의 주변인물들이 추가되는데, 그들은 하녀 데스피나(소프라노)와 옆집에 사는 철학자 돈 알폰소이다. 이렇게 단 6명이 기가 막힌 코미디를 펼치니, 이런 것이 전형적인 메타스타시오 오페라다. 이런 형태는 발전되어 나중에 푸치니의 '라 보엠' 같은 근대작품에서도 그 흔적이 보인다. 즉 여러 사람이 나오는 오페라이지만, 미미(소프라노)와 로돌포(테너) 커플과 마르첼로(바리톤)와 무제타(소프라노) 커플이 중심을 이룬다. 그 주변에 그들의 친구들이 나오지만, 그들은 다만 두쌍의 사랑 이야기에 들러리를 설 뿐 더 이상의 연애사건을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 이렇게 두쌍의 사랑이 동시에 진행되는 메타스타시오 스타일의 영향은 우리나라의 TV 드라마 같은 데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특히 '코지 판 투테'의 돈 알폰소와 같이 극의 진행을 주도하고 설명하는 소위 내레이터 같은 역할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이 역할은 대부분 베이스가 맡는다. 이들은 보통 베이스와는 달리 특별히 어려운 기교들을 구사하고 코미디언을 능가하는 웃기는 연기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특히 이런 베이스들은 '바소 부포(basso buffo)'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바소 부포의 역할들로는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의 둘카마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바르톨로, 로시니의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의 돈 마니피코 등이 있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