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 '찔러' 보자 몸치의 몸부림…'노래방 고문관' 탈출하기

몸짓이 각광받는 시대에 '몸치'는 괴롭다. 대한민국에서 춤을 못춘다는 건, 들뜬 분위기에 찬물 끼얹는 '고문관'과 같은 의미다. 노래방에서 탬버린 리듬조차 제대로 못 맞추는 몸치들. "현란한 춤 솜씨는 바라지도 않고, 망신을 당하지 않을 정도만 돼도 바랄 게 없겠다"며 푸념하는 몸치들. 도대체 그들은 왜 춤을 못추는 것일까. 또 몸치 탈출 비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몸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노래방에 간다.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당신의 박수가 남보다 늘 반박자 빠르거나 늦다면 당신은 몸치일 확률이 높다. 박자 감각이나 리듬감이 떨어지면 음악과 몸이 따로 논다. 어색한 몸짓에 놀림감은 따놓은 당상이다. 학창시절을 되돌아보자. 50m 혹은 100m 달리기 기록이 남들보다 늦었다면 몸치일 가능성이 높다. 100m 달리기의 경우 남성은 13~15초, 여성은 18~20초 정도가 평균이다. 달음박질 실력이 평균보다 늦다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고, 몸과 마음이 각자 '마이웨이' 한다는 말도 된다. 사람들 앞에 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진다고? 소심하고 남 앞에 서길 꺼리는 당신도 몸치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느낌보다 남의 시선을 더 걱정하는 탓이다. 결국 순발력이나 운동신경이 떨어지고 박자감각이 없거나, 소심한 사람들일수록 몸치일 확률이 높은 셈이다. 최두혁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같은 춤을 보고 배우더라도 몸치는 움직임의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자기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불협화음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몸치가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성장 환경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뉴런이 유전적으로 부족한 경우 몸치가 되기 쉽다. 뉴런은 신체에서 신경을 구성하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뉴런의 수가 적으면 대뇌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몸으로 전달되는 속도가 떨어지고 대뇌와 신경계, 근육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쉽게 말해 머리는 시키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얘기다.

환경적 요인도 있다. 어릴때부터 운동을 접하지 않는 경우다. 유아 때 운동 감각에 대한 훈련이 부족할 경우 감각신경의 발달이 무뎌지게 되고, 결국 '운동 둔재'나 '몸치'로 성장하게 된다. 천우광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한번 몸으로 익힌 운동 감각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나이가 들어 골프를 시작하면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듯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잠들어있는 감각을 깨우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뚱뚱한 사람이 춤을 못춘다든가, 마른 사람이 낫다는 하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몸치는 체형과 큰 관련이 없다. 뚱뚱하더라도 리듬감이 좋거나, 마르고 늘씬한 사람이 뻣뻣하고 박자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두혁 예술감독은 "키 크고 팔다리가 길면 보기에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고, 왜소한 사람은 빠르고 탄력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근육형 몸매의 경우 다소 유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체형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몸매를 가진 사람이 춤을 잘춘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잠들어 있는 감각을 깨워라

신용카드 단말기 업체를 운영하는 송모(42)씨는 요즘 사는 게 즐겁다. '각목'같은 춤솜씨 때문에 곤혹스럽던 그가 '힙합전사'로 변신한 덕분이다. 송씨가 댄스학원을 찾은 것은 2년 전. '춤꾼'으로 살아보고 싶던 젊은 시절의 꿈이 그를 이끌었다. 하지만 담당강사가 바라본 송씨의 상태는 거의 최악이었다. 유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순발력은 50대 수준. 하지만 송씨는 1주일에 3번, 2시간씩 꾸준히 댄스학원에서 힙합을 배우며 땀을 흘렸고, 마침내 나이트클럽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할 수준이 됐다. 송씨는 "이제 서서히 춤이 보인다"며 "어떤 음악을 틀어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몸치는 얼마든지 교정이 가능하다. 다만 은근과 끈기가 필요할 뿐이다. 우선 음악을 들으며 소리에 맞게 움직이는 박자 훈련을 꾸준히 지속해야한다. 눈으로 동작을 따라하거나 머리 속으로 암기하는 대신,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단순 동작부터 반복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작이 몸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으면 동작의 양을 늘려나가면 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쓰지 않아 약화된 근육이 동작을 반복할수록 발달하고, 퇴화된 운동감각이 연습이 거듭되면 살아난다는 것. 천우광 교수는 "미술과 달리 음악이나 춤처럼 시간과 타이밍이 중요한 운동은 고치기가 어렵다"면서도 "유전적인 약점도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동작을 반복한다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두혁 예술감독은 "느낌을 강조하는 재즈댄스류의 춤이라도 기본 동작 정도는 훈련이 되어야지 아무렇게나 추면 군인들의 막춤이나 다름없다"며 "크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음악에 맞춰 박자만 잘 타도 예쁘게 보인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조원규(34) 토즈댄스학원장은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눈썰미있게 보면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며 "무엇보다 '나도 저렇게 춤출 수 있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춤짱'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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