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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력 예방, 개를 키우든지…" 교육감 발언 구설

▲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현장을 방문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대구 교육계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현장을 방문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대구 교육계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교내 성폭행 방지하려면 개를 키우라고요?'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급히 수습에 나선 교육계가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과 적절치 못한 언동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2일 오후 사건 현장인 B중학교.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방문한 자리에서 신상철 대구교육감과 이 학교 교감 사이에 황당한 대화가 이어졌다. 신 교육감은 학교 경비 상황에 대해 물은 뒤 "여기는 밤에 들어오면 아무도 모르겠네. 취약지역에 개를 키우든지"라며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학생들의 왜곡된 성의식이 빚은 이번 사건을 허술한 학교 치안 때문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이었다. 갑작스런 '개'의 등장에 교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참석자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김 장관도 기가 찬 듯 듣고만 있었다.

김 장관이 30분 먼저 찾은 A초교에서도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있었다. 이번 사건이 은폐돼서는 안 된다는 김 장관의 말에 이 학교 전직 교장은 "언론에서 특정 집단의 주장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회피성 발언을 한 것. 김 장관은 못마땅한 듯 "(피해)사실을 잘 드러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잘랐다.

김 장관도 빈축을 사기는 마찬가지. 김 장관은 비서진 등 10여명을 대동한 채 신 교육감 일행과 승용차 3대에 나눠타고 A초교와 B중학교를 '대대적'으로 방문, 사건이 벌어진 학교를 대놓고 알린 꼴이 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A초교를 찾은 지 불과 2시간 만의 방문이라 잔뜩 민감해진 학생, 학부모들로서는 속이 뒤집힐 노릇. 한 초교 학부모는 "조용히 와서 상황만 알아볼 것이지 여기가 바로 사건현장이라고 소문내는 거냐"며 "이렇게 동네방네 알려진 마당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겠느냐"고 흥분했다.

두 학교 방문을 마친 김 장관 일행은 "혹시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확실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며 신 교육감에게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고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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