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늘 첫손에 꼽힌다. 배고픔을 면하게 해 준 '위대한 지도자'로 박정희는 기억되고 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영남 지역의 일방적 지지 역시 '박정희 후광 효과' 외에 다른 것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인권 탄압 등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게다가 親日(친일)과 左翼(좌익) 가담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닌 '주홍 글씨'였고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더욱 더 압축성장과 反共(반공)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정희의 친일 행적은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의 김일성이 抗日(항일) 활동을 했다는 사실 역시 입에 올려서는 안됐다.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이처럼 우리 학교는 반쪽 역사만 가르쳤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각계인사 4천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자발성과 적극성, 반복성과 지속성 여부를 참조했다고 한다. 편찬위는 친일 행위를 했더라도 이후 항일 활동으로 전환한 인사나 생계형 부일협력자는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선생 같은 분을 친일파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다수의 인사들을 친일파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란 엄혹한 시대 상황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附逆(부역)한 것까지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논리다.
'아일랜드는 700년 만에 영국의 압박을 벗었고, 유대민족은 2천년을 나라 없이 떠돌면서도 민족의 전통을 상실하지 않았다. 병합 35년 만에 조선인이 이처럼 타락한 것은 민족 전체의 수치다.' 작고한 친일파 연구가 임종국이 '실록 친일파'(돌베개'1991년)란 책의 서문에 기술한 내용이다. 임종국은 친일 청산에 결사적 苦行(고행)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일은 민족의 비극이고, 개개인에게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러나 친일파가 참회와 반성은커녕 독립유공자로 둔갑하는 코미디가 계속돼선 곤란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친일파 명단 발표를 烙印(낙인)이 아니라 새 출발의 이정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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