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떴다! 전문계고교…'혁신'으로 특성화 성공

전문계고교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대학입시가 지상과제처럼 돼 버린 현실에서 전문계고교의 정체성에 혼란이 생겨날 정도이다. 돌파구는 '혁신'이다. 전문계고들은 저마다 특성화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변신에 성공한 학교들은 보통 신입생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라고 자랑한다.

◆최고 항공고 꿈꾸다

경북항공고(영주 풍기읍)는 2년 전만 해도 '영주과학기술고'란 이름의 평범한 전문계고였다. 하지만 지난해 '항공'이라는 특성화 고교로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학교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최정규 교사(교무부장)는 "이대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2005년부터 특성화와 관련한 컨설팅을 받았다"고 말했다. 10년 후 가장 유망한 직종과 산업이 무엇인지, 또 기존 전공과 연관성은 있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것.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항공고였다.

이 학교는 '무늬만 항공고'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군부대와의 협력 체계 구축에 힘썼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 육군본부와 자매결연을 통해 지난해 11월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헬기정비 분야 군특성화 고교로 선정됐다. 또 영주 공군 비상 활주로에서 이·착륙 실습교육을 할 수 있도록 사용 승인도 받았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도 책임진다. 현재 50명의 고3 학생들은 군에 유급병으로 입대, 18개월 복무 뒤엔 부사관(하사)으로 진급할 수 있고 36개월 과정을 마치면 방위산업체 취업까지 보장된다. 또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학교 자체 선발을 통해 군에서 대학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최 교사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헬기정비반 2개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턴 헬기정비반을 전 학년으로 증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항공 분야만큼은 우리 학교가 전국 최고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전문화가 성공 비결

경상공고(대구 남구 대명4동)는 지난해 초 지능형로봇과를 새로 만들었다. 대구시가 지능형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키우고 있는데다 향후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이 학교는 로봇기초실과 로봇제어실, 로봇창작실, 지능형로봇실 등 4곳의 실습실을 갖추고 있다. 신동근 교사는 "현재 로봇기초실은 기자재 도입이 완료됐고 내년까지 모든 실습실에 기자재를 완벽히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로봇 마인드'를 심어주는 일도 핵심 과제. 이를 위해 1학년 때는 로봇 기초를, 2학년 때는 설계와 제작, 3학년 때는 제어 등으로 순차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신 교사는 "로봇을 구상·설계하고 제작하며 움직이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배워 졸업할 때쯤은 로봇 전문가가 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포러스'라 불리는 로봇제작반은 매일 방과 후 모여 로봇 제작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정대현(17·경상공고 2학년)군은 "공부는 싫어도 로봇 만드는 일은 무척 즐겁다"며 "앞으로 멋진 전투로봇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올해 대구기능경기대회 모바일로봇 직종에서 금상을 받는 등 각종 로봇대회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서여자정보고(대구 달서구 성당 2동)의 '호텔조리과'는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기존 방과 후 학교 시간에 한식조리반을 운영하다 재능 있고 수업 열의를 가진 학생들이 많아 아예 호텔조리과라는 정규수업으로 탈바꿈시킨 것. 3학급으로 운영되는 호텔조리과는 거의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방학 땐 호텔이나 외식업체를 찾아 현장실습도 갖는다.

이런 노하우를 통해 올해 대구기능경기대회 요리부문에서 금메달과 우수상, 제과제빵 부문 은메달 등 화려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또 학생들은 1인 1동아리를 통해 방과 후에 요리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과 지식도 쌓는다. 변혜정 교사는 "보통 다른 학과는 경쟁률이 세지 않지만 호텔조리과는 지난해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상주공고(상주시 낙양동)는 지난해 기존 전기과를 철도전기과로 세분화하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철도전기과는 전국에서 유일. 평범한 전기로는 경쟁력이 없고 철도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학교는 최근 철도신호제어 실습실을 완공했다. 강도원 교사(교무부장)는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았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습 중심의 수업을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기자재 도입과 현장실습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동부공고(대구 동구 효목1동)도 지난해 기존 자동차과를 모터테크과로 특화했다. 점차 자동차 도장이 고급기술로 여겨지면서 도장 전문 학과로 바꾼 것. 이 학교는 도장실습실을 갖추고 최첨단 시설로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엔 대구기능대회에서 도장 부문 금메달도 휩쓸었다. 조항철 교사는 "앞으로 시설 확충과 교육의 체계화로 도장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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