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문화, 예술 교육

지난주 음악 학원을 경영하는 제자가 학교에 찾아왔다. 심란한 마음으로 학교 근처를 지나다가 불쑥 선생님이 뵙고 싶었다고 했다.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는 이내 영어 몰입 교육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던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유는 교과 공부에 압박감을 다소 덜 느끼는 2월이 지나고 신학기인 탓도 있지만, 영어에 몰입하기 위해 여유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배우던 피아노 교습을 중단해야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전화 통보가 잦아지면서 급기야 수강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넋두리를 했다.

제자의 힘든 삶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교육정책 변화가 걱정이 되었다. 흔히 21세기를 '문화, 예술의 시대'라고 한다. 황폐화한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처방의 하나가 문화 예술이라고들 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성적에만 집착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과 정책들로 말미암아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인적인 인간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수능 시험 과목수를 줄여 부모들에게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준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국어, 수학, 영어에 매달리지 않을 수가 없고 경쟁에서 뒤처질세라 사교육 의존도도 쉬 낮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예체능 과목은 아예 평가가 없는 교과로 전락시켜 정서적 공황에 빠지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어릴 적부터 대해 보지 않고 배우지 않은 우리 전통 문화예술과 오페라를, 미술 작품과 무용을 어른이 되어 갑자기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아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는 예술을 내용이 없는 말로만 국가적으로 장려한다고 하지는 않는가? 대구에도 10여개의 중· 대형 무대가 마련되어 있으니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학교에서부터 예술에 대한 감각과 향유 방법을 익혀야 하리라 본다. 어린 모차르트에게는 천부적인 재능이 주어졌으나 우리에게는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알아보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문화 산업'이 저변 확대 없이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어, 수학, 영어가 우선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영어를 못해서 겪어야 할 불편함보다는 문화 예술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삶이 훨씬 풍요로울 것이다.

문화 예술 교육이 선행되어야만이 풍요한 사회적 보상과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다. 21세기 문화 예술 시대의 주인공으로 자라나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최승욱(경북예고 음악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