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판명된 영천 지역 조경업체의 닭이 집단 폐사한 소식을 지난달 27일 밤 우연히 듣게 됐다. 저녁식사 자리를 같이했던 지인 김모(41)씨가 "영천장(4월 22일)에서 구입한 토종닭 46마리가 오늘(4월 27일) 아침에 몽땅 죽어 땅에 묻었다"며 신고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물은 것이다.
그 순간 "AI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양성 판정에 대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기사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신고자로도 기자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영천에 닭 집단폐사 AI 의문'이란 제목으로 본지(4월 28일자 6면)에 첫 보도가 나가면서 각종 언론에서는 일제히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날 오후 경북도는 1차분변검사에서 AI 음성 판정이 나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고 영천시는 출입기자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남기는 친절(?)을 베풀며 이 소식을 재빨리 알렸다. 기자에게는 "지역의 큰 행사인 경북도민체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괜한 짓을 했다"는 핀잔이 돌아왔지만 무엇보다 음성 판정에 기뻐했다.
그런데 이 같은 경북도의 검사 결과는 하루 만에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음성 판정을 재빨리 알렸던 영천시가 양성 판정이 난 이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다. 양성 판정이 공공연해진 지난 2일 오후 늦게까지 가장 기초적인 차단방역인 고속도로 나들목 방역 분무시설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발생지역 3㎞ 이내에는 전량 살처분이 원칙이지만 2.7㎞에 위치한 영천 최대의 양계농장에 대해서는 살처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역학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대구와 고령 경산 등지에서 폐사한 닭의 출처는 대부분 영천 지역이다. AI의 중심에 서 있는 영천시의 곤혹스런 입장은 이해하지만 시민의 건강과 AI 확산 방지를 위해 영천시는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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