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오바마의 어머니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어머니는 백인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케냐 출신 흑인 유학생과 결혼하여 10대에 그를 낳았다. 그녀는 후에 인도네시아인과 다시 결혼하였지만 또 이혼하는 파란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바마의 교육에 혼신의 힘을 쏟았으며 자신도 계속 공부하여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오바마의 가족이야말로 미니 유엔과 같다고 했다. 흑인과 백인, 아시아인의 피와 문화가 뒤섞여 있는 다인종, 다문화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정적 배경이 오바마의 개방적, 창의적 사고의 토대라는 것이다.

유학생이던 오바마의 아버지가 학창시절 하와이의 어느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깜둥이 옆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며 백인 한 사람이 바텐더에게 큰 소리로 항의한 사건이 있었다. 좌중이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의 아버지는 그 백인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미소를 지으며, 백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어리석음과 아메리칸드림의 약속, 인간의 보편적 권리에 대해 감동적인 일장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은 바로 외조부모였다. 딸과 이혼한 사위를 나쁘게 말하지 않고 훌륭했던 점을 손자에게 이야기해 준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은 아직 흑백 차별이 심했다. 결혼과 출산에 관한 의식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10대에 아이를 낳은 딸과 외손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오바마의 외조부모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사려 깊은 사람들이었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아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다. 새벽 4시에 깨워 공부를 시키곤 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방침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내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은 어머니에게서 나왔다'고 말한다. 평상시에 한없이 친절하고 너그럽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게 몰아붙여도 기꺼이 순종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부모는 자녀를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항상 아들에게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힘을 집중하라고 가르쳤다.

신록이 눈부신 계절의 여왕 5월은 청소년의 달이자 가정의 달이다. 학원폭력 문제, 청소년 범죄의 급증, 청소년 자살, 인내심의 결여와 같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그 출발지점은 가정이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차 태워 주는 것만이 자녀 뒷바라지의 전부가 아니다. 부모가 여유롭고 현명해야 자녀가 행복하게 성장한다. 가정의 가풍, 부모가 가지는 미래지향적인 삶의 자세가 자녀의 미래를 좌우한다.

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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