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청문회에 제출할 예정이던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 원문을 5일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역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농수산식품부가 내놓은 쇠고기 협상 합의문에 대해 그동안 우려돼 왔던 모든 문제들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줄 것은 모두 내준 협상안이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이들은 이번 합의문과 관련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해야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된 점 ▷30개월 이후 소에게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발견되더라도 7개 부위를 제외한 부위는 수입이 가능한 점 ▷그동안 뼈 부위는 원천봉쇄됐던 30개월 미만 소의 등뼈가 수입이 허용된 점 등에 대해 국민의 건강권과 주권을 내준 굴욕외교라며 비난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내줬다고 생각하니 허탈하다"며 "광우병 사안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수 있고, 뼈 있는 쇠고기는 수입 금지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과 재협상 촉구를 위한 반대시위를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협상 내용들이 드러나면서 '수입반대, 재협상'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는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의 대미 쇠고기 정책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한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30개월 미만 미국 쇠고기의 살코기만 수입하는데 왜 우리는 광우병 위험부위인 뼈까지 들여오도록 합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또 도축 100일 전에만 미국에 반입되면 캐나다 등의 소라도 미국산 쇠고기로 인정하는 것도 광우병 위험을 높이는 독소적인 조항이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국익과 관련해 쇠고기 협상을 좀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계명대 한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나 향후 자유무역 체제에 따른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시장개방은 불가피하다"며 "이번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무조건적인 반대여론은 자제하고 이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이번 협상에서 성급하고 서투르게 한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특사나 밀사를 파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광우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필요조항 첨가나 검역 강화 등의 새로운 대미 쇠고기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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