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덮치는 음란물 '홍수'

김준호(48·달서구 대곡동)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로부터 "아이들이 음란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서 '숨김기능'으로 설정하면 컴퓨터를 아무리 검색해도 동영상을 찾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퇴근 후 부랴부랴 컴퓨터에 익숙한 동료의 도움을 받아 1시간가량 뒤진 끝에 '레지스트리'에서 동영상 목록을 발견, 중학생 아들이 수시로 동영상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아동들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인터넷이나 케이블TV를 통해 음란물을 접한 초중생들의 비뚤어진 성지식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란물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케이블TV는 오후 11시부터 새벽시간대까지 남녀의 성관계로 줄거리가 구성된 영화만 방영하고 있다.

매일 저녁 집에서 심야 교육방송을 청취하는 고2 딸아이를 둔 한정현(48·서구 내당동)씨는 채널을 돌리다 당황할 때가 많다. 영화채널 등에서 여배우가 상반신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채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 한씨는 "케이블TV가 대놓고 음란물을 방영하고, 아이들은 음란물을 맘대로 보는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교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본의 유명 휴대용 게임기도 안전하지 않다.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가장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인 이 게임기에서 음란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이 터치펜으로 여자 용의자의 가슴, 엉덩이 등 '마녀'를 색출한다는 내용. 그러나 여자 용의자의 주요 성감대를 건드리면 소리를 지르거나 신음소리를 내며 '이제 그만~'이라는 소리가 나와, 아동 성추행을 하나의 놀이쯤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구YW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5월 한 달 동안 대구의 초중고 학생 3천7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음란물 접촉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58%가 음란물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고학년으로 갈수록 인터넷이 성지식 습득경로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여성의 전화 조윤숙 대표는 "음란물이 각종 매체로 어린이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의 전파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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