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쇠고기 파동이 왜 촛불 시위로 연결되나?

6년 전 서울의 도심에서 처음 촛불시위가 시작된 것은 미군에 의한 자동차 사고에서 죽은 여학생들을 추모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들이 주장한 구호는 인권이었으며 미국은 한국인의 인권을 무시한다는 점이었다. 이 장난스럽기까지 한 시위가 급기야는 당시 예상을 뒤엎고 노무현 정권을 창출했고, 노 대통령은 5년 내내 '네티즌'이라는 이 신생 정치세력에 관심과 애착을 보여왔다. 이제 이 젊은 행동대를 앞세운 정치 세력은 국민의 생명주권이라는 명목을 내걸고 이제 막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한나라당이고 청와대고 오늘 내일은 만사 제쳐두고 이 문제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영상문화의 시대인 오늘날 모두가 켜든 촛불은 수십번의 구호보다 호소력과 단결력을 보여주면서 참여자의 연대의식과 행동을 통일해 준다. 이는 이미 청소년, 대학생의 집단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은밀히 움직이다가 서울광장이나 여의도에 나타나는 시점과 그들의 구호와 투쟁의 대상, 그리고 진행의 방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매우 소박하고 정서적이며 치기 어린 이 시위는 촛불을 끈다고 꺼지는 것이 아님을 이미 우리가 5년 전에 체험한바 있다. 경찰이 해결할 수준의 문제는 더욱 아닌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동안 꼬였던 대미 외교의 선회 과정이며 부시와 밀착되어 돌아가는 이명박 정부의 모양이 보기 싫다는 것이 그들의 시각이다.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좌파 세력이 5년 후에 쓸 촛불을 시험적으로 켜든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국가적인 문제를 다루는 외교적 태도가 무슨 일과성 공적 쌓기 비슷한 거래같이 보인다는 것은 국민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 분명하다. 쇠고기만을 가지고 말한다면 미국 사람들이 다 먹고 있고 유럽이나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입해서 먹고 있는 쇠고기가 한국인들이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것이라는 주장은 미국인들 자신도 어리둥절할 것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그동안 하는 것이 어딘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다 풀린 것으로 생각한 BBK 문제, 몇몇 각료들과 청와대 보좌진의 부동산 관련 문제, 영어 '몰입교육론'으로 시작된 초중등교육의 과열, 잡을 것같이 설친 물가가 폭등하는 현실, 이런 것들이 어떤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었고 스트레스는 어딘가 분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을 더 주고 좀 더 참아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가 돌아가는 사이클이 길지 않은 듯하다. FTA 문제나 쇠고기 문제는 우리 모두의 당면한 문제이지 해결책이 마련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국민들이 따를 수 있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이를 처리하는 방법과 절차가 좀 더 진지하고 신중했어야 한다.

한국에는 많고 많은 것이 인재인데 하필 빌딩 갖고 탈세 의혹이 있는 인사를 감싸고 가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경쟁자 없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스스로와 무슨 오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는 빈틈없이 방어할 수 있고 법적으로 몰아세우기란 어림도 없다'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지금도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하고 보면 쇠고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아닐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이명박 정부가 무언가 한참 잘못보고 있다고 한다. 어디 콕 집어 법적으로 처리하지도 못하고 그럼에도 어딘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지닌 숙명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유명우 한국번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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