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복잡성의 시대, 혜안을 가지려면

기상현상의 변화가 심하다.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믿고 행사를 계획했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행사를 망친 사람들이나 반대로 예보와 달리 날씨가 좋아지자 행사를 못한 사람들이 기상청을 원망한다.

보령의 한 어촌마을에서는 갑자기 5m 높이의 대형 파도가 밀려와 방파제를 때리면서 수십 명이 물에 휩쓸려가고 그 중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자연현상만이 아니라 주가와 같은 경제현상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비웃듯이 승승장구하던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사태에 발목이 잡히더니 이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과정에서 간단하게 정리될 것 같던 쇠고기개방이 최근 여야가 총력을 기울여 다투는 정치권의 핵심화두가 되어 버렸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모든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입장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몹시 당황스럽다.

새 정부 들어서서 초대형 경제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대구경북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 이 지역 주민들은 발전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6개 중 유일한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으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보여주기 위해 벼르고 있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모두 4조6천78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 중 63%인 2조9천212억원을 민자가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이 본격 추진되면 2020년까지 총생산유발효과 102조원, 총부가가치유발효과 53조원, 고용유발은 18만명에 이를 것으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전망하고 있다.

지역주민에게는 가슴 설레는 전망이지만 소요자본의 반 이상을 민자로 유치해야 하는 점에서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으면 떨어지는 감이 아니다. 지자체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선도와 지역주민의 피땀 어린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감이다. 오는 7월 출범예정인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경제자유구역지정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지역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도 도사리고 있다. 중앙공무원의 감축정책과 병행, 지방공무원도 10% 감축하는 정책이 집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경제자유구역 추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대되던 공기업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도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불만을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추동력으로 엮어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새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로 이어져 수도권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는 지방발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크고 작은 변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그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복잡성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방법의 하나로 자연과학에서 발전, 최근 경제현상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 theory)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복잡한(complex) 것과 뒤엉겨 있는(complicated) 것은 다르다. 복잡한 현상이란 겉으로 봐서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엄연히 질서가 존재하는 현상이다.

다만, 이 질서는 그동안 우리가 익숙해 있던 선형적인 질서가 아니라 비선형적인(nonlinear) 질서이기 때문에 쉽게 분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형적인 질서의 특징은 잘게 나누어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으므로 일부를 따로 떼어내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전체에 적용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먼 장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복잡성이 나타내는 비선형 질서는, 일부를 따로 떼어내서 연구한 결과는 전체와는 전혀 다를 수 있고,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할 수가 있다고 한다. 초기조건이나 복잡성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단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구성요소 단위에서는 없던 성질이 복잡함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현대의 복잡한 경제 환경. 지금까지의 지식이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을 때 이것이 비합리적이고 무질서한 일과성 현상인지, 복잡함이란 외피 속에 질서를 안고 있는 복잡계에서 비롯된 현상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이를 분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우리의 장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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