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찜통/박성우

내가 조교로 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청소를 하시다가 사고로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셨다

넘실대는 요강 들고 옆집 할머니 오신다

화기 뺄 땐 오줌을 끓여

사나흘 푹 담그는 것이 제일이란다

이틀 전에 깁스를 푸신 어머니,

할머니께 보리차 한 통 내미신다

호박 넝쿨 밑으로 절뚝절뚝 걸어가신다

요강이 없는 어머니

주름치마 걷어올리고 양은 찜통에 오줌 누신다

찜통목 짚고 있는 양팔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한숨 같은 오줌발이 금시 그친다

야외용 가스렌지로 오줌을 끓인다

찜통에서 나온 훈기가 말복 더위와 엉킨다

마당 가득 고인 지린내

집밖으로 나가면 욕먹으므로

바람은 애써 불지 않는다

오줌이 미지근해지기를 기다린 어머니

발을 찜통에 담그신다 지린내가 싫은 별들

저만치 비켜 뜬다

찜통더위는 언제쯤이나 꺾일는지

찜통에 오줌 싸는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홀어머니

소일거리 삼아 물을 들이키신다

막둥아, 맥주 한잔 헐텨?

다음 주까정 핵교 청소일 못 나가먼 모가지라는디

찜통에 오줌을 끓이는 날은 서러워라. 끓인 오줌으로나 부기를 삭혀야 하는 가난은 서러워라. 가난한 어머니에게 고작 오줌이나 부조해야 하는 아들의 심정은 서러워라. 하지만 꾸미지 않고 자신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정신이 건강하니, 그 사람에게는 바람조차 숨죽여 도와주는구나. 오, 지린내보다 더 진한 어머니의 체취, 어머니의 사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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