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광우병, 정부 대처 제대로 하라

광우병 괴담에다가 인터넷 종량제, 독도 포기…. 지난 연휴동안 인터넷 공간에서는 유언비어가 판을 쳤다. 유언비어가 뭔가. 낭설(浪說)이다. 부언(浮言)이다. 확인되지 않은 떠도는 말이다. 이러한 부언낭설이 인터넷 공간에서 증폭되고 확대재생산되었다.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교류하는 자유로운 토론장이다. 이런 기능이 자연히 하나의 여론으로 모아지는 넷피니언(Netizen+Opinion)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 여론형성 과정은 우려된다.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의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객관적인 주장은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됐다. 소수의견이라도 낼라 치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댓글 공격이 불감당이다. 자연히 전문가들조차 입을 다물어버렸다. 부언낭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촛불시위를 보자. 겉으로 드러난 시위 이유는 '쇠고기 전면개방 반대'다. 한번 더 깊숙히 들여다보자.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몰라 국민들이 두려움에 빠진 게 원인이다. 막연한 두려움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 두려움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 촛불시위다.

문제는 정부에서조차 정확한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대 중고생들 참석자가 50%를 넘었다느니, 일부에서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느니 곁가지만 건드리고 있다. 안타깝다. 하지만 정부 내에 이런 혼란스런 상황의 실마리를 풀 컨트롤 타워(관제탑)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보면 더 안타깝다.

사실 정부에서 일을 매듭지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낙제투성이다. 지난달 18일 미국산 쇠고기 재개방협상이 타결된 이후 지난 주말 광우병 괴담에 온갖 유언비어가 인터넷에서 판을 칠 때까지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안일하다, 대책없다, 무능하다'로 요약된다.

유언비어는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신을 받을 때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정보가 통제되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특히 많았다. 지금은 그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괴담이 판을 치고 낭설이 떠다니는 이유는 뭔가.

정부가 먼저 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만 하는지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했다.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이번엔 쇠고기 재개방협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관해서는 갑자기 터진 문제가 아니다. 부언낭설이 퍼져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이 광우병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물어보고 싶다. 그동안 정부에선 광우병에 대해 쉽게 이해할 만한 소책자 하나 만들었는지….

그렇다고 제국주의 일본사령부처럼 자국군의 퇴각을 '진로를 바꾸어 나간다'는 의미의 '전진(轉進)'으로, 전멸했다는 소식을 '충절을 위한 깨끗한 죽음'을 뜻하는 옥쇄(玉碎)로 미화시켜 발표하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협상 타결 과정과 조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필요성조차 생각않을 만큼 대선과 총선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상황판단에서도 낙제를 면할 수 없다. 지난달 18일 협상 타결 이후 연일 광우병으로 떠들어도 정부는 잠잠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그제서야 갈팡질팡 수습에 나섰다. '광우병,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6일이 되어서야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명의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광고까지 하는 등 법석이다.

정부 내에 컨트롤타워 기능이 실종됐다는 말이다. 컨트롤타워는 항공기의 이착륙 허가, 공중대기 지시, 비행장 진입방향 지시, 기상자료 접수 활용 등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비행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설치되는 관제탑이다.

하나의 기업에도 구조조정본부나 기획조정실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구가 있다. 물론 정부 내에도 이런 기능을 하는 조직은 있을 터다.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컨트롤타워 위치가 잘못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행여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라도 있다면 정부는 이번 광우병 사태처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젠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만 남았다. 관건은 분명한 일처리다. 어떻게 컨트롤타워 기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박운석(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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