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과학적 근거를 들어 '광우병 괴담'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강조했고, 한편으로는 안전대책과 축산농가 피해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야당은 쇠고기 협상을 '굴욕 협상' '퍼주기 협상'으로 규정하고 협상 과정 및 내용의 문제점을 쟁점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또 야권은 일제히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야권이 주장하는 '원점 재검토'는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광우병 발생 위험이 높아졌거나 실제 발병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재협상할 수 있다는 조건부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쇠고기 청문회 4대 쟁점을 정리했다.
1. 검역주권 미국에 내줬나
야당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해도 우리가 즉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는 일반 국민들 역시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대목이고 '굴욕 협상' 주장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합의문 4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가 곧장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없다. 추가 발생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광우병 지위(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를 낮출 경우에만 우리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정부는 헌법 제36조 3항 국민보호의무를 포기했다"며 "국제법상 우리나라에 인정되는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 쇠고기 협상은 위헌이고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 측은 "미국이 지난 5월 OIE로부터 받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는 앞으로 절대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아니라, 광우병이 나오더라도 검역 시스템상 충분히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의미"라며 광우병 발생을 직접 검역 중단과 연계하는 것은 국제 권고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2. 광우병 위험 있나 없나
OIE가 부여한 평가 등급 하나만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야당은 우리가 '30개월 미만' 쇠고기 연령제한 철폐를 전제로 내걸어 미국이 지난달 말 공포한 '동물성 사료' 강화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공격했다.
현재 EU는 12개월령 이상 소의 두개골(뇌·안구 포함)·척수·척추·내장·편도·장간막 등을 무조건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SRM(특정위험물질)은 물론이고 그외 부분도 폐기하는 것은 광우병 위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위가 동물 사료 등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일본은 아예 모든 연령의 소에서 나오는 머리·척수·척추·소장 끝부분 등의 SRM은 모두 제거,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시행하겠다고 밝힌 조치는 뇌와 척수, 단 두가지 종류의 SRM만, 그것도 30개월 이상 소에서 나온 것만 사료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해 9월 농림부 내의 쇠고기 협상 대응 회의 자료에 따르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못했고 ▷미국에서 추가 광우병 발생 우려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30개월 미만 조건 준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봐서, 정부도 광우병 발생 우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미국에서 1억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으나 2006년 이후 광우병 발생이 없었다는 점과 재미교포를 비롯해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내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3. 韓美정상회담 선물인가
이번 쇠고기 협상이 순수하게 검역 차원이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양국간 통상·외교 관계를 고려해 서둘러 타결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대통령은 한미 FTA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서 뭔가 선물이 필요했고, 청와대 고위 책임자는 농식품부에 문의했을 것이고, 농식품부 고위 관료는 청와대 고위 책임자에게 쇠고기 수입을 제안했을 것이며,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채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농식품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이 '협상을 더 하고 싶었고 더 할 게 있었는데, 4월 18일 날짜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당사자인 민 정책관은 같은 날 즉각 "한미 쇠고기 협상 날짜를 4월 18일로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발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측도 줄곧 "정상회담이나 FTA 등과 무관한 검역 기술 협의였다" 강조했다.
4. 재협상은 과연 가능한가
통합민주당은 쇠고기 합의가 불평등한 만큼 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별법, 국회 결의안 추진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이번 협상의 합의문 부칙 1항을 보면 새 수입조건은 우리 정부의 고시가 있어야만 고시일로부터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현재 새 수입조건이 입법예고 중이고, 고시가 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재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전국 19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며 "국민들의 77.6%가 국민 건강의 안정을 위해 재협상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14.9%만이 외교관계를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재협상 요구를 강도 높게 주장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