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광우병 장사'로 재미 보려는 정치세력들

어제도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광우병 촛불집회'에 교복 입은 중고생들이 많았다. 벌써 세 번째 같은 장면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TV방송기자가 들이미는 마이크에 대고 "광우병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광우병 쇠고기를 금방 먹기나 한 것 같은 숨넘어가는 소리들이다. 누가 이런 혼란을 부추기는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극단의 假定(가정) 상황을 설정해 놓고 어린 학생들을 불러내 난리법석을 떨는지 갑갑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 한 해 도축하는 3천400만 마리 소는 자기네 연간 소비량 1천240만t의 96%를 대고, 나머지는 117개 나라로 수출한다. 그 쇠고기가 1997년이래 단 한 차례도 광우병 사고를 낸 적이 없다. 172개국 정부가 참여한 국제수역기구(OIE)는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지정해 놓았다. 미국이 광우병 소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는 관리시스템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광우병 촛불집회'는 이런 실상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아무리 뭐라 해도 미제 쇠고기는 반대'라는 막무가내 투쟁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어제 곳곳에서 '광우병 소동'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을까 싶다. 재미동포들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를 常食(상식)하고 있지만 아무도 탈나지 않고 멀쩡한 자신들이 산 증거 아니냐고 호소했다. 자기들이 먹는 쇠고기가 한국에 건너오면 광우병 쇠고기로 둔갑이라도 하는 것이냐며 어이없어 한 것이다. 실증적 근거를 결여한 막연한 '광우병 불안 선동'은 혹세무민이나 다를 게 없다.

더더욱 개탄할 일은 '광우병 장사' '불안 장사'로 한몫 보려는 정치세력들의 행태다. 본디 미국을 적대시하는 정파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고 금세 돌아서 딴소리를 하는 민주당은 매스껍다. 집권여당이면서 계파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한나라당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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