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발표한 3단계 학교 자율화 방안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의 세부추진 계획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시'도에서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하고, 방과 후 학교를 영리단체에 개방하며 고교 사설 모의고사는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이는 그동안 많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원해 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판단한 29개 지침을 폐지하자 0교시 수업을 부활하고 우열반 편성을 하는 것처럼 해석돼 왔기 때문에 이런 후속 조치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겠다'는 것과 '우열반을 편성하겠다'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학교 운영을 학교 재량에 맡기겠다'는 것이 곧바로 '0교시 수업의 부활'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곤란하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교육청의 세부추진 계획은 일선 학교에 대해 선언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학교 자율화가 학교장 재량에 많은 것을 맡긴 만큼 일선 학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굳이 규제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0교시 수업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교육청은 0교시 수업 등을 금지하며 '원칙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기까지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규 수업은 아니더라도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형태로 0교시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을 학교에 맡기는 것은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어울려 교육 선택권을 갖는다는 전제 아래 올바르다. 일부에서는 규제를 풀면 학교가 제 맘대로 교권을 휘두르고 교육이 입시 위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도 하지만 이는 재량권을 갖게 된 학교 스스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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