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용맹한 부족으로 알려진 마사이족은 세계에서 가장 잘 걷는 사람들로도 유명하다. 온종일 소떼를 방목하며 하루 평균 2만보 이상을 걷는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이 걷고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서양학자들은 이런 마사이부족 걸음을 연구해 MBT(Massai Barefoot Technique)라 명명했다. 말 그대로 풀면 마사이 맨발 걷기 기술이란 뜻. 마사이 부족은 허리를 펴고 편안하게, 대지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맨발로 걸어다닌다. 그들은 채소를 거의 먹지 않고, 고지방 고칼로리의 고기류를 주식으로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미국인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웰빙 바람을 타고 걷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맨발 마니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마사이족처럼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 맨발로 뛰고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회원 20명의 'RUN5425'는 대구에서 거의 유일한 맨발 걷기 동호회. 2001년 창립 당시에는 마라톤클럽으로 출발했지만 3년전부터 맨발 모임으로 탈바꿈했다. "매월 한번씩 대전 계족산을 찾아 8km를 맨발로 걷습니다. 국내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맨발로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은 계족산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임 김호규(42·하나대투증권 대구중앙지점 부장) 총무는 "대구 주변에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며 "좀 멀기는 하지만 맨발로 걷는 게 너무 좋아 계족산을 찾고 있다"고 했다.
계족산 코스는 국내 유일의 맨발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제3회째를 맞아 11일 열리는 올해 대회 역시 'RUN5425'를 비롯해 대구마라톤클럽 등 단체·개인으로 참가하는 대구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총연장 13km에 장동휴양림을 끼고 있는 계족산 코스는 숲과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까지 한껏 들이마실 수 있는 장소라 맨발 마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 황토가 깔려 어린아이들도 맨발로 걸을 수 있다.
맨발 마니아들이 말하는 맨발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혈액 순환에 있다. 맨발걷기 카페(http://cafe.naver.com/lovewalk)에 따르면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다니면 혈관 수축과 팽창 작용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지만 맨발로 흙과 자갈을 밟으면 자극을 받은 발바닥이 혈액을 힘차게 뿜어 올려 우리 몸의 신진 대사를 왕성하게 한다는 것. 맨발 걷기는 또 숙면, 배변활동, 무좀·발냄새 제거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맨발로 걷자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에선 맨발로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흙이 적고 돌이 많은 근교 산을 무턱대고 맨발로 걷다간 상처투성이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 문경새재 과거길, 울산 봉수대 전망대 등 대구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맨발 코스는 손에 꼽기도 힘든 수준이다.
김호규씨는 "정 맨발로 걷고 싶을 땐 학교 운동장을 추천한다"며 "3~11월까지는 집에서 가까운 수성구민운동장에서 가끔 맨발로 걷고 있는데 미세한 잔돌들을 밟다보면 어느 정도의 지압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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