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2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교~희망교 신천 둔치. 20m 남짓한 지압 보도를 걷던 이상천(57)씨. "처음엔 호기심 삼아 걸어 봤는데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죠. 그런데 한 번 두 번 자꾸 걷다 보니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기분도 상쾌해 지더라구요. 이젠 신천 강변로를 산책할 때마다 꼭 거쳐야 하는 필스 코스가 됐습니다."
이씨와 함께 지압보도 체험에 나섰다. '이 쯤이야' 생각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양말과 신발을 모두 벗고 첫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바닥을 콕 찌르는 낯선 느낌에 선뜻 다음 발을 내디딜 용기가 나지 않는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아프기만 하다.
허리를 펴고 평지를 걷듯 발바닥 전체로 걸어야 하는데 자꾸만 몸이 움츠려 들고 총총걸음을 걷게 된다. 이마엔 땀까지 흐를 지경. 하지만 두번째 도전부터 아픔이 서서히 사라진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뾰족한 느낌이 왠지 싫지 않다. 3,4번 돌고 나서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발바닥을 주무르다 보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따사로운 햇살이 반가운 요즘, 산책길에 잠시 쉬며 발지압에 빠져보면 어떨까. 인체의 축소판 '발바닥' 경혈을 자극하면 일상에 지친 몸이 단번에 상쾌해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산책을 하면서 가볍게 걸어볼 수 있는 지압보도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신천 둔치. 동안을 따라 상동교~가창교에 3곳, 수성교 1곳이 있고 좌안에는 희망교~봉교, 수성교~동신교, 도청교~성북교, 성북교~침산교 각 1곳씩 있다.
아양교~화랑교를 따라 금호강변공원에도 2곳의 지압보도가 있고, 수성못 동쪽 보도에도 지압로가 있다. 속리산 입구 마사토와 자갈을 함께 깔아놓은 지압로, 문경새재 입구 지압보도, 울산 대공원 내 못 주변으로 조성해둔 나무로 만든 지압보도 등도 사람들이 즐겨 찾기로 유명하다.
금호강변 지압보도를 매일 걷는다는 최미숙(46)씨는 "처음엔 한두번 왔다 갔다 하다가 지금은 하루 30분씩 걷고 있다"며 "몸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그만"이라고 했다.
실제 한의학에서 보는 발지압의 효과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발바닥을 적당히 자극하면 신체기관의 기능이 촉진돼 피로가 풀리고 개운해진다. 수성못 천연자갈지압보도 안내문에는 '노화 방지, 불면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맥반석을 걸으면 항균, 발냄새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지압코스를 돌 때는 평상시 걷는 것과는 달리 발바닥을 수평으로 유지하고 걷는 것이 좋고, 체중을 실어 발바닥 전체에 자극을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서울 지압로는 종류도 많다는데…
발지압에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대구의 지압 보도는 짧고 단조롭다. 뾰족한 호박돌과 맥반석 정도에 일자형 코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울엔 공원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지압보도가 많아 호박돌·해미석·콩자갈·반원목·맥반석 등 돌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S자형·O자형·I자형·L자형·P자형·8자형 등 갖가지 코스가 있다. S자형 서울 도봉구 발바닥 공원은 800m나 되고, 남산 발지압장 계곡엔 옥까지 깔려 있다. 이밖에 호수나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는 지압보도가 여럿 있다.
지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짧고 단조로운 대구 지압 보도에도 서울 같은 업그레이드가 찾아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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