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가 개관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그동안 대구의 문화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대구시민에게 얼마나 행복을 주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지금 과연 나의 맡은바 일에 대해서 '소유'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존재'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건가를 한번 돌아본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그래도 사람의 마음, 정서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고 표현하는 일이기에 정치·경제·사회 등의 주변 환경들로 인하여 억눌린 무언가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촉매가 됨으로써 보다 건강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분야이다. 가정이라는 곳이 사회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보다듬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예술창작과 감상행위는 우리들이 갖가지 삶의 현장에서 겪는 상처들을 말없이 어루만져주는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의 특별한 대화의 시간인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만 허락한 창조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이다.
지난달 2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노숙자·빈민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며 인술을 베풀었던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이 별세하였다. "환자들은 내게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 아닌가"하며 당신의 활동을 희생이나 봉사가 아닌 축복과 감사로 여겼던 분.
자동차가 너무 낡아 주변 봉사자들이 새 차를 사주려고 하면 차라리 환자들에게 쓸 약을 사달라고 하고, 길거리에 쓰러진 노숙자를 보면 식당에 데려가 밥을 먹이고, 겨울철엔 노숙자들에게 이불을 사다 나른 선우경식 원장. 지난 20여년간 도합 42만명의 환자가 요셉의원을 다녀갔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른들은 어쩔 수 없는 경제적 환경하에 말 그대로 '소유'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의 미래이고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에게조차 '존재'가 아닌 '소유'를 강요하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20여년간을 소위 가지지 못한 자들과 생활하며 그들을 도와주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고 평생을 살다가 간 선우경식 원장의 별세 소식이 한번의 뉴스거리로만 치부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혹 나는 수성아트피아라는 이렇게 소중한 문화예술공간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우리들의 삶을 말 그대로 넉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문화예술적 가치들을 생산하며 교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위 브랜드들을 소비시킴으로써 또 다른 소유를 조장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본다.
김성열(수성아트피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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