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미간에 진행된 쇠고기협상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개방은 지난해 4월에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다만, 광우병이 우려되는 뼈 없는 고기만을 수입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양국 간에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러던 쇠고기협상이 지난 4월에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전격 체결되면서 국내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지고 있다.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기비준을 위해서는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모든 미국인들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옹호하는 측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의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지금까지 지켜왔던 각종 수입제한요소를 일시에 허용하는 너무 큰 양보를 했다는 농업인과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을 옹호하는 측이다. 사소한 국내 문제로도 의견 대립은 있을 수 있고 우리 국민 누구나 새로운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한미간 쇠고기 협상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사항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또 다른 협상에서도 우리가 취해야할 중요한 지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쇠고기협상이 하루아침에 완전 개방으로 협상 방향을 전환한 점, 대국민 홍보 및 설득자료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협상결과만 발표된 점, 수입개방후의 우리나라 한우산업진흥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협상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들 수 있다. 비록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했다고는 하나 그토록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위험하다고 주장해왔던 광우병문제에 대해 갑자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당국의 해명이 나오면서 우리 국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들여온 쇠고기에서 작은 뼈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수입을 전면 금지하였고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해왔던 것이 바로 지난해의 일이다.
이런 협상결과발표를 지켜보는 다른 나라의 견해는 어떠했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왜 사전에 이에 대한 토론과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단계적인 해결방안은 전혀 없었는지도 묻고 싶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농업인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 타결되었지만 언제까지나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굳게 닫아두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농업인은 거의 없다. 농업인들도 우리나라 제품을 해외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도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도 비록 실망감은 컸지만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농업인들은 이해하고 있다. 다만, 국내농업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세운 후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이번처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 개방하고 난 후에 농업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느니 사료값 지원을 포함한 각종지원도 늘려가겠다고 한다면 수입쇠고기로 인한 피해 당사자인 한우사육농가의 시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농업인들이 그토록 주장해왔던 선 대책 후 개방이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후 계속된 농산물협상에서 정부가 보여준 대응책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면서 이에 따른 허탈감이 오늘의 집단항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진행 중에 있는 한·EU와 한·중 FTA협상에서도 농업문제협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농산물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더라도 국내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주요 곡물 수출국가를 중심으로 한 수출규제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농업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농업은 농가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농산물시장개방 소식은 농업인들에게 희망보다는 실망감을 크게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번의 쇠고기 협상을 교훈삼아 이제 더 이상 농업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협상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손재근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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