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우병 파동, 10대가 반대 주역으로 나섰다

"불안하죠. 맨 먼저 학교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될텐데…."

평소 정치에 관심없던 중고생들이 '광우병'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요즘 10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광우병'이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의 주역은 10대들이다.

대구 달서구 모 고교에서는 한 학생이 복도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내용의 A4지 인쇄물을 붙였다 교사들의 제지를 받고 다시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K중학교 조모(15)군은 "요즘 광우병 모르면 왕따"라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이야기들이 맞는지 아닌지를 놓고 내기를 벌인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광우병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학교급식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먹는 상황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D고교 김모(17)군은 "학교급식을 통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하는 현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광우병' 때문만은 아니다. 영어몰입교육부터 시작해 0교시 부활, 우열반 제도 등 학생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광우병'을 계기로 폭발했다. K고교 안모(16)양은 "이명박 대통령은 학생들을 입시 기계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다"며 "광우병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길거리로 뛰쳐나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6일 성명을 내고 "광우병 괴담의 진실을 밝히는 계기수업을 해 줄 것과 학교 급식에 수입 쇠고기를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학생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17일 동맹휴업' 문자메시지에 대해 "정상수업을 한다고 알리고, 잘못된 문자에 속지 않도록 안내하라"고 초·중·고등학교장들에게 긴급 지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표본조사에 따르면 대구 학생의 32.7%(중 22.5%, 고 46.5%)가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업에 충실해야 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짓 문자를 보내 현혹하는 것은 아주 나쁜 행위"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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