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해평면에 사는 이영수(68) 할아버지는 요즘 영상 휴대폰 때문에 심심하지가 않다. 휴대폰만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대구 손녀(7)도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만 걸면 조그만 액정에 손녀가 나타나니 이보다 편한 게 어디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녀가 보고 싶으면 아들 내외가 구미에 오든지 할아버지가 대구로 가야만 했는데 휴대폰으로 해결이 가능해진 것.
영상 휴대전화가 생활을 바꾸고 있다. 가보지 않아도 볼 수 있어 멀리 떨어진 가족, 친지들이 '보는 전화'로 만나고 있다. 물론 화장실에서 받아선 안 되고, 술집에서는 조심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올 3월 결혼한 한정숙(29·여)씨는 예물로 영상 휴대폰을 주고받았다. 출장이 잦은 남편을 매일 만나고 싶어서다. "얼마 전에 남편이 미국에 출장을 갔는데, 호텔이며 거리를 비추며 찍어줘 제가 그곳에 함께 있는 느낌이었어요."
김인숙(21·여)씨도 영상 통화를 즐긴다. 김씨는 "서울 친구들에게 백화점에 가면 영상 전화로 새로 나온 옷을 보여달라고 조른다"며 유행을 앞서가는 비결을 공개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중계되다 보니 족쇄가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년 전 결혼한 김인섭(32·남구 대명2동)씨는 부인의 강요로 영상 전화기를 구입하고부터는 퇴근시간이 두렵다고 했다. "예전에는 야근이다 뭐다 해서 핑계를 대고 친구들도 만났는데, 요즘엔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술집에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게 영상 전화 소유자들의 고민. 누구와 술을 마시는지, 어떤 술집에 있는지 안방에서 고스란히 알 수 있기 때문. 이인화(28·여)씨는 "화장실에서나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는 받기가 꺼려져 불편함도 있다"며 "전화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영상전화는 지난해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가입자가 9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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