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장한다고 땅을 내줬는데 이번에는 경제자유구역 만든다고 또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경제자유구역('대흥단지')으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 시지동 매호천 북측 주민들은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30여년간 묶였던 그린벨트가 2006년 말 풀리면서 들뜬 마음도 잠시. 이번에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땅을 비워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해 달라며 최근 대구시에 탄원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달구벌대로와 매호천 사이가 불과 20~30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도로가 아닌 하천을 기준으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제 촉구 지역은 대흥단지 125만2천710㎡ 중 3만㎡. 달구벌대로와 매호천 사이에 낀 지역으로 이곳에는 상가(30곳), 주택(5), 교회(2) 등이 들어서 있다.
주민 황영웅씨는 "1994년 고산국도 확장 때 3.3㎡당 200여만원 밖에 못받고 나왔다. 그 때 500만원(3.3㎡당) 주고 집을 짓기 위해 다시 땅을 샀는데, 그때 대출한 돈도 아직 갚지 못했다"며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또다시 쫓겨난다면 갈 곳이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나연주씨는 "이미 상가가 들어서서 개발이 진행중인 지역을 수용지구로 묶어버리면 어떡하느냐"며 "개발이 이뤄질 때까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강제수용이 되면 농지와 달리 양도소득세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살길이 막막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흥단지'는 수성구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국제학교와 국제업무시설이 들어서는 곳으로 대구시가 지난해 10월 재정경제부에 개발제한구역내 조정가능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신청하면서 편입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 부지는 하천이 가로지르고 있어 전체 지구개발을 두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개발 사업자가 선정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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