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7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국민 건강을 위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합의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정부와 여당의 발언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부의 방침일까? 국제법 및 국제통상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더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고립 및 대외신인도 추락
최근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 4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가 바로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해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낮출 경우에만 중단할 수 있다.
또 합의문 5조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각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리고 협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체는 미국 정부고 우리 정부는 통보만 받을 뿐이다.
이에 대해 영남대 이용호 교수(국제법)는 "국가간에 이뤄진 정치적인 합의라 해도 이는 법이다. 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 않으냐"며 "정부가 7일 발표한 합의문을 뒤엎는 방침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엄중한 제재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명대 서정수 교수(통상학)는 "물론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사이드카를 발동해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에 따른 통상마찰, 보복, 국제신인도 추락 등의 손해를 고려해봤을 때 미국과의 통상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재협상은 가능한가?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0조 적용을 들고 나왔다. GATT 20조에는 '교역에 관한 규정은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방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 즉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 한국의 조치가 미국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과 생명·건강 보호를 핑계로 무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
경북대 채형복 교수(국제법)는 "GATT 조항을 들어 재협의는 할 수 있겠지만 WTO에 이를 입증하는 것도 힘든데다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정부가 이를 감수하고 강력하게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할까?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거센 만큼 정부가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해 세부적인 재협상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채 교수는 "정부는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독으로만 생각해 성급하게 대응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여론을 핑계로 미국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하는 동시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공개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미국 측은 당연히 약속 위반이라며 들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통상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사나 밀사를 파견하는 등의 비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국민이 우려하는 광우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필요조항 첨가나 검역 강화 등의 재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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