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명박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놈현스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식으로 말을 내뱉는 등 대통령답지 않은 경망스런 행태를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다. 이 말은 노 대통령 임기 말에 국립국어원이 국어자료 총서에 신조어로 올려 청와대 측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요즘 네티즌 사이엔 '명박하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딴 '명박하다'는 '명(命)이 박(薄)하다'는 뜻을 담은 기성어에 가깝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할 팔자가 됐으니 참 명박하다"라는 말로 쓰인다.

'놈현스럽다'는 말에 노 대통령의 무책임한 실정이 도사리고 있듯이 '명박하다'는 말에는 이 대통령의 실정을 우려하는 민중의 실망과 걱정이 담겨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겨우 취임 석 달째다. 놈현스런 사람에 대한 혐오감과 수렁에 빠진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는데 벌써 이 모양이라면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초단기에 이런 지경에 빠진 국정 운영 능력이 걱정스럽고 날로 심화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국가적인 혼란으로 치닫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촛불집회도 요란하게 되살아났다. 10년 좌파정권 탄생에 결정적인 신호탄이 됐던 촛불집회다. 광우병 우려와는 다른 차원에서, 철없는 아이들을 앞장세운 촛불집회를 통해 확산되는 불길함과 암울함을 즐기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이를 조바심하면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대통령은 초기부터 '강부자 고소영' 인사로 실망을 줬다. 그러나 국민들은 미국과의 동맹관계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일정 부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양해했다. 그런데 또 실책을 했다. 국민들은 무조건적인 개방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서울까지 휘젓고 있다. 물가 불안은 증폭되고 초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해일 같은 파도가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이 어수선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대통령 지지도는 28%까지 떨어졌다. 한나라당이 조사했다. 때맞춰 어수선함을 가중시키는 한심한 정부에 한심한 여당이다. 잃어버린 10년이 15년으로 연장될까 걱정스럽다. 기우이기 바란다.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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