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오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 마찰을 감수하고라도 수입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협정 번복'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여론 진화에 나선 것은 더 이상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광우병 광풍'이 잠잠해질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쇠고기 민심'을 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목소리를 낮추고 이번 파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정부의 실정을 차분히 조목조목 따져도 될 일인데도 앞뒤 생각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검역 주권'을 포기한 정부가 못마땅하다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침소봉대해 여론에 불 질러놓고 박수 친 무책임한 인사는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미국 눈치나 살피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일 없고, 미국산 쇠고기를 막는다고 한국이 졸지에 절단날 일도 없다. 하지만 이번 혼란 뒤의 파장을 우리 식대로 단순하고 편하게 볼 일만은 아니다.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국민 건강과 정서를 도외시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리분별이 어려운 초'중학생까지 '광우병 괴담'과 같은 무분별한 광기에 휩쓸리도록 방치한 것은 과연 온당한 일인가.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뇌 송송 구멍 탁"하며 논란을 벌이는 동안 미국인들은 과연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 불합리하면 고치고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수입을 막으면 된다. 우리 이미지에 먹칠하는 감정적 대응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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