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 1주기…17일 안동서 추모행사

선생님, 랑랑별에서 지켜보고 계시죠?

▲ 5평짜리 오두막에 기거하던 생전의 권정생 선생 모습.
▲ 5평짜리 오두막에 기거하던 생전의 권정생 선생 모습.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 작가(1937∼2007) 1주기 추모행사가 5월 17일 오후 5시 고인이 살던 안동시 조탑동 교회에서 지인과 동료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또 18일에는 소설 '한티재 하늘'의 배경인 일직면의 한 폐교를 방문하는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고인의 1주기를 추모하는 출판도 한창이다. 권정생 추모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용락 시인은 '나의 스승 시대의 스승'이라는 책을 통해 권정생 선생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책은 권정생, 전우익, 이오덕, 백낙청, 염무웅, 김종철, 임은영 등의 대담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또 권정생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장편동화 '랑랑별 때때롱(보리펴냄)'이 출간됐고, 1996년 냈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 개정증보판도 나왔다. 5월 2일엔 첫 권정생 문학연구서라고 할 수 있는 '권정생의 삶과 문학(창비)'도 출간됐다.

서정오(아동문학가) 작가는 "선생님은 작은 이야기에도 눈물을 흘렸고, 수줍음이 많아 좀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을 타게 됐을 때는 시상식에도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오덕 선생이 억지로 끌다시피 하여, 검정고무신을 신고 식장에 간 선생은 진심에서 우러난 연설로 모인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라고 전한다. 눈물 많고 수줍음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평생을 병마와 함께 살았지만 얼굴은 아이처럼 맑았다. 유머 감각이 대단해 같은 이야기를 해도 무척 재미있게 했다고 한다. 특히 누구에게도 신세지는 일을 꺼려 오줌통을 찬 몸으로도 홀로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했다. 이웃 사람들이 자동차로 태워주겠다고 해도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고 권정생 작가는 1937년 9월 10일 일본 도쿄의 헌옷 장수 집 뒷방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건너왔지만 빈곤으로 가족과 곧 헤어졌다. 어릴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 장수, 신문배달원, 서점점원, 재봉틀 수리공으로 대구, 김천, 상주, 문경을 떠돌았다. 열 여덟에 전신결핵이라는 큰 병을 얻었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으로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을 받았고 1971년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됐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됐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1980년대 초 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빌뱅이 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살았다.

저서로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한티재 하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한편 권정생 선생 재단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차 모임이 1월에 열렸고 지난 달 28일 2차 회의가 있었다. 유품정리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용락 시인은 "재단설립 신청을 냈지만 아직 허가가 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선생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 단순한 어린이 문학재단이 아니라 북한 어린이 돕기, 외국 어린이 돕기 등을 신청내용에 넣었고, 다수의 관련기관이 검토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고 권정생 작가 살던 집 가는 길=남안동IC를 나서면 곧 두 갈래 좁은 길이 있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조탑동이다. IC에서 자동차로 1, 2분 정도만 더 가면 '안동 조탑동 5층 전탑'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 아래 '작가 권정생 선생 살던 집'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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