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조득래 전국한우協 안동시지부 사무국장

"먼저 송아지 가격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송아지 값이 폭락하면 우리 한우사육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니까요. 백약이 무효가 됩니다."

안동 풍천면 갈전리에서 한우 70마리를 기르고 있는 조득래(41·대영목장 대표)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 사무국장은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이 현실화 되자 먼저 한우 송아지 가격 폭락을 크게 우려했다. 우량 종우를 다시 복원하는 데 10년씩이나 걸려 송아지 생산 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한우 경쟁력 자체를 소멸시키기 때문이라는 것.

"우량 종우가 있어야 경쟁력 있는 우량 송아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송아지 값 하락은 축산농가들이 우량 종우를 도축, 송아지 생산을 포기하게 합니다. 송아지 생산 기반이 무너질 경우 한우의 육질 경쟁력 까지 낮아져 결국 시장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와 한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그냥 주저 앉아 항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송아지 생산은 거의 대부분을 전체 한우농가의 83%나 차지하고 있는 20두 미만의 영세 축산농가에서 맡고 있다. 200두 이상의 기업형 축산농과는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어 국내 소값과 쇠고기값이 폭락할 경우 사육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조 국장은 이 점을 지적하고 현재 30만원의 송아지 생산안정 지원금을 1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아지 생산기반은 지난 1997년 IMF 환란때 소값 폭락으로 붕괴돼 오랫동안 한우 생산기반 복원에 장시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안동댐과 임하댐 주변 유휴지 수백만평을 조사료 단지화 한다면 2천700명의 안동지역 한우 사육농가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성한 잡풀은 침수되면 썩어 수질을 오염시키지만 농약과 비료가 필요치 않는 조사료는 황숙기에 몽땅 수확해 내기 때문에 수질오염 염려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3년 전부터 정부는 전국적으로 조사료 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경북 중·북부지방의 기후조건이 남부지방과 달라 벼를 베어낸 후 후작으로 조사료를 생산하기 어려운 실정. 때문에 조 국장은 안동·임하 양댐 주변 엄청난 유휴지와 낙동강 본·지류 하천부지를 활용해 청보리, 호맥, 엽맥, 유채, 이탈리안라이 글래스 등 조사료를 생산하면 환경도 보호하고 사료난도 해결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때 국내시장 65%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중단 됐는 데도 거꾸로 한우육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쇠고기 시식회를 열면서 소비촉진운동을 벌여야 했지요. 미국에서 광우병이 터졌는데 뜻밖에 우리 한우가 벼락맞은 겁니다. 이게 바로 수입 쇠고기 한우 둔갑판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들이 쇠고기 자체를 불신했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환경감시단, 야생동물보호단체 등 환경 단체에다 수질오염 단속권을 부여한 환경부처럼 한우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 시민단체에게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권을 주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정기간 대학 등에서 관련 과정을 이수한 후 한시적인 사법관리지명서를 발급하는 방안 등은 검토해 볼만 하다는 것. 그는 매장과 음식점 등 유통과정에서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가 엄격하게 구분될 수 있도록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와 생산이력 추적제도의 보완도 희망했다. 또 지자체에서 한우농가들에게 축사 깔짚이라도 지원해 주고, 대형 한우직판장과 식당을 지을 수 있도록 시유지 등 국·공유지 임대도 허락해 주면 좋겠다며 지푸리기도 잡으려는 듯 손가락을 꼽아가며 지원을 요청했다.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 있어 이젠 수입 쇠고기 불매운동이나 시위도 못합니다. 입도 못 뗍니다. 바로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기 때문이지요. 축산농가와 한마디도 논의없이 불쑥 협정을 체결한 것은 나라의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 아닙니까. 한우농가 파산은 앞으로 도축장, 동물약국, 수의사는 물론이고 한우 유통업체, 식당까지 연쇄 도산이 우려됩니다. 아니 '값싸고 질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와 싸워 이기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면서 초저녁부터 오전 1시까지 장장 5시간 인터뷰에 응하던 그의 눈가에 결국 이슬이 맺혔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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