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맥 못추는 원貨…곳곳서 신음 소리

원/달러 환율이 이번주 들어 또다시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산업현장은 물론, '기러기 아빠' 등 가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들 수출기업 중에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 급락을 경험한 탓에 환헤지 상품에 가입, 최근 환율이 거꾸로 가는 상황을 겪으면서 오히려 거액의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곳곳에서 우는 소리

아들을 미국 고교에 조기유학 보낸 대구시내 한 회사 중견간부 K씨. 그는 8일 외환시세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다음주가 아들의 올해 등록금 송금 주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마다 이달 중순, 아들의 1년치 등록금 1만2천달러를 보내왔다. 지난해 이맘 때 환율은 950원. 하지만 8일 환율이 1천50원선에 다가서면서 그는 자칫하면 지난해에 비해 달러당 100원씩이나 더 주고 달러를 사야될 형편이다. 1만2천달러를 사기 위해서는 결국 120만원이나 더 들여야한다. 불과 1년만에 등록금이 120만원이나 불어난 셈이다.

뿐만 아니다. 매달 그는 아들의 생활비로 130만원씩을 달러로 바꿔 보내주고 있는데 달러값이 비싸지면서 생활비 부담도 10% 이상 급증했다.

미국 유학생 부모 뿐만 아니다. 원화는 호주 달러화, 캐나다 달러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해 6개월간 11.9% 절하된 원화는 엔화에 대해 19.1% 절하됐고 유로화와 호주 달러화에 대해서도 각각 17.0%와 12.6% 절하돼 모든 나라에 대한 송금 부담이 늘었다.

특히 직접 송금이 불가능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방식으로 송금이 이뤄지는 위안화의 경우, 최근 급격한 위안화 강세까지 겹치며 4만위안 송금시 지난해 11월 492만원이던 부담이 596만원으로 6개월새 100만원 이상 늘었다.

원화 약세 혜택을 본다는 수출업체들도 환헤지를 한 경우가 많아 속을 태우고 있다. 환율이 급락한 지난해 하반기 유행했던 환헤지 상품인 KIKO(녹인·녹아웃) 옵션에 가입했던 대구의 상장기업 3곳은 이미 수십억~수백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밝혔다.

KIKO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 있을 때 시장가보다 높은 지정환율로 달러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단기 급등, 계약 당시 상한선을 넘어설(KNOCK IN) 경우, 계약금액의 2, 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 환율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환차손을 입는다.

이런 가운데 환율급등으로 항공, 여행, 정유, 화학, 식품업계가 치명타를 맞고, 결국 환율급등세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내수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어디까지 오르나?

원/달러 환율은 8일 하룻동안에만 23.5원이나 폭등, 1천5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3.5원이 오른 1천49.6원에 장을 마감, 7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천62.40원을 기록한 2005년 10월말 이후 최고치.

국제유가가 배럴당 123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 행진을 사흘째 지속하는가 하면, 미국 증시도 한달만에 최대 폭락하면서 불안심리를 자극, 달러값이 크게 올랐다.

더욱이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이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 이날 "경상적자가 해소되지 않았고 시장 수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언급, 달러값 급등은 더욱 빨라졌다.

국제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도 강세로 돌아서면서 달러를 파는쪽보다는 사려고 하는 세력이 더 많다. 앞으로 달러강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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