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사급 연구원 1명을 채용한 포항공단의 한 업체 A사장은 지원자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직난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채용공고를 했는데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유수 대학 출신들이 몰렸고, 토익성적은 950점이 최하위였다. 학점도 4.0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사장은 함께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부장단과 논의한 끝에 경북대 출신의 K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택했다. 서울 출신은 재직 중 끊임없이 더 나은 자리나 서울 근무처를 찾아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B사는 지난 3월 대졸 신입사원 20여명을 채용하면서 서울 유명 대학 출신 10명, 지방대 출신 11명을 나눠 뽑았다. 이 회사 인사 담당 L상무는 "포항 등 지방에 있는 생산현장 관리자로 일할 사람은 지방대 출신이, 서울 본사 근무자의 경우 수도권 대학 출신이 낫다는 경험에서 나온 채용관행"이라고 말했다.
L상무는 "당사자들이 알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지방대 출신이 유수의 기업에 취업하려면 지방에 생산기지나 현장을 둔 업체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채용관행은 국내 최정상급에 있는 한 건설회사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 들어 100여명의 대졸 사원을 채용한 C건설사는 서울지역과 지방대 출신 비율을 6대 4 정도로 선발했다. 서울 출신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현장에 보내 놓을 경우 몇 달 지나지 않아 30% 이상 이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당초 지원자는 서울지역 대학 출신이 80%가량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채용단계에서는 A, B사와 마찬가지 관행이 C사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취업 포털 코잡 최정호 본부장은 "기업체들이 서울 출신 기피현상을 보이는 이때가 지방대 출신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라며 "지원업체나 업종도 지방에 사업장을 둔 제조·건설업을 선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전병로 상무는 "대기업들이 대학 간판 위주로 채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채용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지방대에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금융·서비스업보다 지방에 공장을 둔 제조·건설사를 공략하는 등 전략을 짜서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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