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매스컴이지만 프로야구에서 신문과 방송은 전혀 다른 개념의 매체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10여년 전만해도 기자실과 방송실은 대접(?)이 달랐다. TV나 냉·난방 시설을 갖춘 기자실에 비해 좁은 방송실은 선풍기가 고작이었다.
초창기의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였는데 이는 신문의 역할이 주로 경기의 내용을 보도하는 입장이라면 방송은 중계를 통해 돈을 벌기 때문이었다.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신문 기자는 구단의 일을 상세히 보도해 주는 고맙고 무서운 존재이지만 방송은 단지 돈 벌러온 사업자로 여겨졌을 법도 한 일이었다.
오늘날 높은 중계료와 인식의 발전으로 차별은 사라졌지만 중계방송 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가장 중계하기 힘들었던 곳은 잠실구장이었다. 방송 매체가 많아져 방송실이 부족하면 자연 지방 방송은 밀려나 관중석에서 중계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응원 소리와 장내 방송의 음향 때문에 자신의 말도 들리지 않아 악을 쓰며 방송을 해야만 했다.
관중석 맨 꼭대기에 중계실이 위치한 사직구장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곳이다. 그라운드와의 거리가 너무 멀고 거의 수직형이어서 바짝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컨테이너 부스같은 중계실은 중계용 설비를 장치하고 세 명이 앉으면 꽉찰 정도여서 늘 갑갑한 느낌을 주는 데다 자세가 고정되어 방송이 끝나면 온몸이 뻣뻣해진다. 항상 바람이 불어 시원했던 수원구장과 달리 여름철 광주구장은 모기 때문에 모기향을 피우며 중계를 한 적도 있었다.
최근 건축한 문학구장이 시설면에선 가장 좋다. 중계방송시 가장 곤란한 경우가 화장실과의 거리가 먼 것인데 문학구장은 호텔처럼 중계실내에 전용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대전구장에서 경기가 속개됐는데 화장실 간 아나운서가 돌아오지 않아 모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대전구장의 2층 화장실은 줄을 길게 설 정도로 붐벼 빠져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나운서들은 경기 전 식사도 비빔밥 같은 메뉴를 택하고 물도 조금씩 마신다.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장은 군산구장으로 경기 전날 비가 왔었다. 경기 직전 생방송으로 경기 전망을 이야기하면서 막 시작하려는 찰나 위에 고였던 빗물이 쏱아지면서 박승호 당시 해설위원과 함께 흠뻑 젖고 말았다. 그러나 방송 사고를 낼 수도 없어 젖은 채 태연히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구장 방송실은 위치면에선 단연 최고다. 포수 바로 뒤편에서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어가며 가장 정밀하게 투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구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5월까지도 야간 경기는 추워서 이빨이 부딪히고 덜덜 떨릴 정도다. 한 여름철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워 1990년대엔 큰 얼음 덩어리를 주문해 발밑에 두고 방송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방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따로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큰 점수차로 지면서 시간만 늘어지는 경기는 말을 잃게 만든다. 맥이 빠진 경기는 팬, 매스컴 모두를 힘들게 한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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